총장은 7월 27일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8월 21일에 교무회의를 통과했다. 8월 24일에 공포되면 부칙에 따라 공포일부터 시행되도록 되어 있다.
  총장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을 발의하고 관철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래서는 안 될 뚜렷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총장은 총장직선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 걸고 총장에 당선되었다. 이 공약은 잡다하고 사소한 공약 중의 하나로 볼 수 없는 중대한 공약이다. 둘째, 총장직선제 존폐에 관한 6월의 학내 교수 투표에서 총장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교수의 의사로 확인되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교수의 다수 의사를 묵살하는 정책의 입안과 추진은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다. 셋째,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는 교육부의 요구는 합리적 근거가 박약하고, 그 추진 방법이 강압적이어서 따를 수 없다. 교육부는 국립대의 위상이 추락하고 교육의 질과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모두 총장직선제에 따른 선심공약과 학내 갈등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근거는 없다. 모두 교육부 장관과 일부 관료들의 신념과 인상에서 나온 말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총장직선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교육부가 말하는 국립대 문제의 근본 원인일 수가 있는가. 더욱이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시키기 위하여 예산배정을 무기로 국립대학을 협박하고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이다. 이런 불합리한 요구를 협박으로 관철시키려는 시도에는 절대 굴복해서는 안 된다.
  총장은 자신의 공약도 기억하고 있고 교수 투표의 결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우리 학교를 위한 총장 나름의 충정의 발로라고 이해한다. 교육역량강화사업 탈락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면서,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으로 지정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총장의 고심과 충정이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총장의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
  부산대학교 학칙은 진리와 자유와 봉사를 부산대학교의 정신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금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부산대학교의 정신에 반하고 부산대학교가 옹호하여야 할 가치를 저버리는 일이다. 당장의 행정적 재정적 이해타산에 현혹되어 자유를 버리고 굴종의 길을 택하는 것이며, 진리 탐구의 전제가 되는 대학의 자율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모든 국립대학들이 교육부의 강압에 굴복하였을 때 부산대학교만은 꿋꿋하고 의연하게 버텼다는 역사를 만들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한 명예로운 역사야말로 부산대학교 발전의 진정한 토대일 것이다.
  지금 교육부의 요구를 거부하면 우리는 당장 많은 것을 잃는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과 가치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총장은 이번 학칙 개정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고, 단호히 교육부에 맞서는 용기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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