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유익한 도구 혹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핵의 양면성에 많은 과학자들은 핵 개발에 딜레마를 느꼈다. 핵에 대한 과학자들의 딜레마는 아인슈타인이 원자폭탄을 발명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인슈타인은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독일에 맞서 원자폭탄을 제조해야 한다’는 편지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는 1955년 4월 11일 숨을 거두기 며칠 전 ‘러셀-아인슈타인선언’을 통해 “인류라는 생물의 씨앗을 근절시켜 버릴 사태를 불러일으킬 핵무기를 만드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고 생을 마감했다.
 

 

 
아인슈타인의 딜레마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것은 과학을 바라보는 두 관점 때문이다. ‘가치중립적’ 관점과 ‘윤리적’ 관점이 그것이다. 가치중립적 관점은 과학적 사실이나 기술 그 자체는 철저히 중립적인 것으로 어떠한 의만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핵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한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는다. 과학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뒤에 사용된 과학은 과학자의 책임이 없다. 그렇기에 어떠한 의도에서든 과학자들의 ‘연구 자유권’을 억압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더해진다.
 
윤리적 관점은 연구 중에 과학자가 그 피해 정도를 예상했다면 개인의 양심에 맡겨 과학 연구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과거에는 학문의 중요성에 더 힘을 둬 과학자의 자유로운 연구를 보장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져 윤리적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한형근(교육인증지원센터) 교수는 “예전에는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면 오늘날에는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원자력도 윤리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17개의 원자력 발전을 폐쇄할 것을 권고한 특별 윤리위원회가 구성돼 이를 수용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 반대와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표방하는 교수 모임이 국내 최초로 출범한 것이다. 이 교수모임에서는 원자력은 기술이 아니라 윤리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서곤(전남대 화학공학) 교수는 “원자력 에너지는 국가적으로 볼 때에는 큰 이익을 줄 수 있지만 만약 피해를 입는다면 피해자들은 원전 인근의 주민들이다”라며 “이는 윤리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폐쇄 정책으로 잘 알려진 조지 캐넌은 핵에 대해서 ‘우리의 도덕적 지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자연으로부터 뽑아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인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원자력 딜레마 속에서 앞으로 과학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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