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합천에서 합천비핵평화대회가 열렸다. 합천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자폭탄피해자가 사는 도시다. 
 

첫날에는 기조 강연과 핵 현장 리포트를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상영된 <잔인한 내림>은 한국원폭2세환우회 한정순 회장의 얘기다. 한 회장은 15세 때부터 다리가 아파 서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병명을 알 수 없었고 이후 대퇴부 뼈가 내려앉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회장의 아들은 뇌성아비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영상은 핵의 피폭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주영수(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원자폭탄 피해자 1세대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된 편이지만 2세들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합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원자 폭탄 피해자 2세는 혈액 관련 질병에 관해 9~ 90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오태욱(민들레 학교, 고1) 씨는 “책에서만 보던 이야기를 직접 피폭자들을 만나서 들으니 핵의 무서움에 소름이 끼쳤다”고 전했다.
  이튿날은 △합천원폭피해자 복지회관 방문 △합천 평화의 집 △합천 군내 피폭자 가정 방문 △세계핵피해자 증언대회로 이뤄졌다. 일본에서 온 피폭자들과 한국의 피폭자들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서로 아픔을 공유한 자리였다. 이들의 대화는 합천군 내 피폭자 가정 방문에 까지 이어졌다. 그곳에서는 나가사키에서 피폭당한 김상호 씨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피폭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떤 보상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대담이 이어졌다. 김상호 씨는 피폭 후 상황을 궁금해하는 참가자들에게 피폭자 수첩을 보였다. 피폭자 수첩에는 피폭 장소와 폭신지와의 거리와 건강검진 상황 등이 기록돼 있었다. 김상호 씨는 “나는 직접적인 피폭자라 보상을 받고는 있지만 2세들이 피폭으로 발생한 병을 입증하고 보상받는 것은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합천 피폭자들의 복지 상황에 대해 진경숙(한국원폭2세 환우회) 사무국장은 “합천군에서도 피폭자와 2세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두 번 가정 방문을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피폭자들끼리 도우며 사는 실정이다”고 답했다.
  세계 핵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피폭을 입은 파벨 브도비첸코 씨, 1년 전 후쿠시마 폭발 사고로 피폭을 입은 무토 루이코 씨 등 10명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참여했다.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무토 루이코 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찻집에 있었다고 한다. 무토 루이코 씨는 “갑자기 바깥에 빛이 번쩍하더니 엄청난 굉음이 나고 전기가 모두 끊겼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일본정부는 사회·경제적 부담 때문에 원전의 심각성을 은폐하려 했다.
  한정순 회장은 “피폭자들의 비참함을 널리 알리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폭자들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반핵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 덧붙여 “무서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침묵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깨야만 핵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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