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매체에서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이 희화화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개그콘서트의 ‘서울메이트’는 서울에 상경한 지역인들이 표준어를 웃기게 따라하는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강보람(사학 3) 씨는 “오늘이 ‘몇 요일’이냐고 물었더니 부산에선 ‘무슨 요일’이라고 한다며 친구들이 웃고 놀렸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최근에는 사투리 교정 학원, 사투리 교정 스터디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사투리는 방언과 동의어지만 사회·언어학적으로 ‘격을 떨어트리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이유로 전문가들은 1930년대에 서울말을 표준말로 정한 이래로 말의 표준을 지나치게 강조해 온 사회적 배경을 꼽는다. 서울대학교 정승철(국어국문) 교수는 “무엇보다 지역 방언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열등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고 설명했다.
  방언이 가지는 학문·문화·역사적 가치는 분명하다. 김유정의 소설들이나 이문구의 <관촌수필>의 경우 방언을 사용해 지역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제 남태평양 팔라우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 종류의 물고기를 변이종까지 구분해 명명한다. 오랫동안 그 지역에 거주한 사람들의 지식이 축적된 결과이자 언어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실례다. 경북대학교 이상규(국어국문) 교수는 “방언을 부정하는 것은 언어의 우열을 매기며 인류가 구축해온 지식 정보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지역 고유 방언으로만 나타낼 수 있는 표현들도 상당해 방언의 언어학적 가치는 높다.
  최근 제주 방언은 2011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됐다. 사라져가는 방언을 보존하기 위한 첫걸음은 ‘방언 사용’이다. 제주대학교 강영봉(국어국문) 교수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공적인 자리에선 표준어를 사용하되 가정이나 고향에서 방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방언 보존을 위한 노력도 본받을 만하다. 이상규 교수는 “최근 아일랜드 초등학교 수업에서는 아일랜드 방언을 가르치고 있다”며 “방언 보존을 위해 우리나라 역시 제도권 안에서 방언의 사회와 지역학습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갑게도 방언을 그대로 구사하며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전라도 지역잡지 전라도닷컴의 경우 전라도 방언을 그대로 지면화해 지역민들의 정감을 느낄 수 있다. 부산 지역의 극단 자갈치 역시 창단 이래 무대에 상연되는 극 모두를 부산 사투리로 공연하고 있다. 극단 자갈치의 전성호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사투리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정미숙 문학평론가는 “방언은 각 지역의 차이를 드러내는 문화의 표지”라며 “방언의 당당한 사용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방언의 가치를 옹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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