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용어가 뜨고 있다. 개별 학문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학문간 경계를 허물고 몇몇 학문을 연결시켜 보려는 실험이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모든 학문에 공통적인 섭리를 찾아보자는 야심찬 기획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최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전반까지 학문은 분화에 분화를 거듭해 왔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학제 간 분야(interdiscipline)가 새롭게 형성되는 경향도 공존해 왔던 것이다. 학제 간 분야는 ‘간(間)학문’ 혹은 ‘복합학’으로 불리고 있으며, 과학기술학, 여성학, 지역학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분야에 대한 대분류로 A(인문학), B(사회과학), C(자연과학), D(공학), E(의약학), F(농수해양), G(예술체육), H(복합학)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제간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협동과정(interdisciplinary program)’이다. 협동은 복수의 분야가 어우러진다는 뜻이고, 과정은 아직 학과가 아닌 대학원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우리 대학에도 30개가 넘는 학과 간 협동과정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는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도 있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있는 것도 있다.
문제는 협동과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협동과정의 행정업무는 전공주임이 속한 학과(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협동과정이 한 개인의 소유물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협동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현실적인 차원에서도 전공주임이 바뀔 때마다 행정업무의 소관이 달라지기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불쌍한 사람은 협동과정 대학원생들이다. 몇몇 협동과정의 경우에는 행정적 서비스가 부실하여 조그마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이 학생증을 발급 받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협동과정에 진학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인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칭)협동과정 통합행정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속은 대학원장실로 하면 될 것이고, 최소한의 직원만 두면 될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협동과정에 지급되는 예산을 조금씩 각출하면 되지 않겠는가? 물론 잘 나가는 협동과정은 자체적으로 행정업무를 소화하면 된다. 통합행정실 활용이 필요한 협동과정들을 묶어서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학문 사이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협동과정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기초는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라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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