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최민식 작가 인터뷰

최민식 사진작가

  우리나라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최민식 사진작가는 말한다. 그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궁극적인 목적은 명예나 돈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찍어 인류는 하나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함이라고. 작품 활동 57년째, 그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매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기록이고 역사다. 이를 증명하듯 최 작가의 사진들은 부산의 50년대 이후의 역사와 함께 한다. 그는 “자갈치 시장, 부전 시장, 부산대 앞 상점 골목 구석구석 모두 찍을 거리가 많다”고 말한다. 최 작가가 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은 주저하지 말고 많이 찍는 것이다. 또한 긴 시간동안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한 사람만이 결정적인 순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진 철학. 그는 “사진집을 보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스스로 사진을 찍어가며 체득하는 것이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최 작가가 찍는 인물 사진의 경우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는 사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이 다큐멘터리 사진을 업으로 삼기 힘들어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사진 작업은 최 작가를 훈련시켰다. 그는 “망원렌즈로 멀리서 찍는다던지 일본말을 하며 일본인인척 하거나 되레 찍은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한다”며 웃는다.
 
최 작가에게 초점, 노출, 구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에게 카메라는 찍는 기술일 뿐이다. 그는 “사진은 작가의 실제 체험, 정신, 사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사진이 포토샵에 조작되거나 연출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 “인물, 동물, 곤충 등 모두 다큐멘터리 사진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가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사진이 발견의 예술이라는 점’때문이다. “그림이나 조각이 관념적으로 가능한 예술이라면 사진은 걸어 다니면서 장면을 발견하는 예술”이라며 “현장으로 가야한다는 그 자체가 사진의 매력이다”고 말한다.
 
최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이건 ‘목숨을 걸고 하라’고 당부한다. 목숨을 걸지 않았다면 훌륭한 작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한 그는 젊은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을 것’ 또한 당부한다. 최 작가의 서재 사면을 둘러싼 1만 여권이 넘는 그의 책들은 사상, 인간, 사회학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책을 읽는 것이 자신의 작품들을 발전시키는 힘이 됐다고 말한다. 그의 책들은 10만 여 컷의 사진, 카메라, 그가 쓰던 연필 등과 함께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국가기록원으로 옮겨져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예정이다.
 
여든 다섯이 된 최 작가의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사진집 <인간> 15권과 포토에세이를 발간할 예정이며 오는 10월에는 에티오피아로 사진을 찍으러 떠난다. 최 작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세상 전하기 위한 걸음은 여전히 바쁘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