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프로디테를 아는가. 헤르마프로디토스에 반한 요정 살마키스는 그를 껴안으며 신에게 그와 하나가 되게 해달라 빌었고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닿아 남녀가 하나의 몸이 되어버린 것이 그리스 신화의 자웅동체(헤르마프로디테)다. 그러나 이것은 신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 간성(Intersex)이 우리 옆에 있다.
   간성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으로 자웅동체, 남녀추니와 같은 말로 불렸으나 인권 논쟁으로 지금은 간성이라고 불린다. 간성은 의학적 용어인 ‘진성반음양(True Hermaphroditism)’과 관련이 있다. 성은 크게 외성기의 형태, 성염색체의 구성, 정소와 난소의 유무로 결정된다. 의학계에서는 정소와 난소의 유무로 성을 구별한다. 인제대학교 민권식(의학) 교수는 “진성반음양은 정소와 난소를 둘 다 가지고 있어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진성반음양의 겉모습에 대해 민권식 교수는 “진성반음양은 겉모습으로 알아보기 힘들다”며 “그들은 정소와 난소를 둘 다 가지고 있을 뿐 겉모습은 거의 여자로 보이거나 남자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간성은 태내에 있을 때 호르몬 균형이나 배아 발생과정의 이상으로 생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간성이 살아가는데 의학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학교 김병기(생명과학) 교수는 “생후 몇 년 이내에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성 그대로 키우는 사례가 있을 만큼 살아가는데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다만 사춘기 때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뉘어진 우리 사회 특성상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간성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간성을 괴물로 본다거나 흥밋거리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남성 혹은 여성이 아닌 간성을 괴물로 본다” 며 “이력서와 화장실이 당연하다듯이 남과 여로 나뉘어져 있는 사회에서 보여지는 당연한 결과다”고 간성의 고충을 대변했다. 이런 사회 풍토 때문에 부모들은 간성인 아이를 남성 혹은 여성으로 정해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는 간성협회가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간성협회는 물론 간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다. 김예경(분자생물 3) 씨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며 “있다고 해도 너무 드물어서 주변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의학계의 조사결과 간성이 2000명 중의 1명꼴이라고 추정될 만큼 그 수는 적지 않다. 한채윤 대표는 “소수인종과 다문화와 같은 다양성을 옹호하고 있는 사회지만 아직도 사회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이제는 성적소수자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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