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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가장 김 씨의 한숨

  국립대학 교직원 김 씨는 식탁 위에 놓인 아들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아침부터 한숨을 내쉰다. 국립대에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초학문 전공학생이 장학금을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인문학을 전공하는 아들을 탓할 수도 없다.


  국립대학의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립대 법인화’ 도입 이후 국립대는 독자적으로 학과 인원 및 예산 편성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되는 학과는 편성인원과 장학금이 대폭 늘어난 반면 기초학문은 하루가 다르게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들에게 조심스레 휴학을 권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김 씨는 이내 머리를 가로젓는다. 아들이 휴학 한 사이 하루아침에 전공학과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근을 위해 학교로 들어선 김 씨는 10년 전과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학교의 모습에 또  한번 한숨을 내쉰다. 학문의 공간인 대학교와 상업시설간의 경계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국립대 법인화 이후 각 국립대학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앞 다퉈 민간자본유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김 씨가 일하는 학교 정문 양 쪽에는 대형 쇼핑몰 두 곳이 마주보며 경쟁하듯 영업 하고 있으며. 그 뒤쪽으로는 대형마트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자신의 소속이 국립대학교인지 xx쇼핑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계속되는 민간자본의 유치로 학교 재정은 문제없다고 말하면서 아들의 등록금은 왜 자꾸 올라만 가는지 김 씨는 이해하기 힘들다.


  출근 후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김 씨. 주위를 살펴보니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앞자리 박 씨의 자리가 깨끗이 정리돼있었다. 박 씨의 일이 남일 같지가 않다. 김 씨가 이곳에 입사한 10년전 만 해도 국립대학 교직원은 고용승계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그러나 국립대 법인화로 기성회계직원 고용승계조항이 삭제된 후 언제 구조조정 당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 됐다. 이러한 현실에 김 씨는 상사의 귀에 들리지 않게 소리 죽여 한숨을 내쉰다.


‘휴…’


국립대 법인화 후 10년, 평범한 가장 김 씨의 한숨은 자꾸만 늘어간다.

김성진기자  supazi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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