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부산대 배지를 달고 통학할 때마다 자부심으로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회상하는 강명자(간호 78, 졸업) 씨. 한 쪽 가슴에 자랑스럽게 반짝이는 배지를 달고 다녔던 그 때 그 시절의 효원인을 만나보자.
 
초기 배지 모양은 우리학교 상징인 독수리 모양이었다. 1953년에는 어린 독수리 모양을 힘찬 독수리로 바꾸고 진리·자유·봉사의 글귀와 ‘국립 부산대학교’의 약자인 ‘ㄱㅂㄷ’를 추가했다. 이후 배지는 문·리·법·상·공·의·약 등의 글자를 더해 단과대학(이하 단대)를 나타냈다. 이해주(경제 54, 졸업) 씨는 “당시 대학생들은 교복을 의무적으로 입어야했지만 이를 무시한 학생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다들 배지만은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다”고 말했다. 
 
당시 그 사람이 달고 있는 배지만 보면 그의 소속을 알 수 있었다. 교수, 직원, 조교, 대학생의 배지모양이 달랐기 때문이다. 교수와 직원의 배지는 독수리 모양에 각각 금색과 은색이고, 조교와 대학원생의 배지는 독수리상이 박힌 동그란 모양에 색깔만 달랐다. 또 단대 배지의 색깔도 모두 달라 무슨 색깔인지에 따라 해당 단대 소속을 알 수 있었다. 인문대학을 상징하는 색깔은 흰색, 치과대학은 분홍색, 의과대학은 초록색 등이다. 우리학교 기록관 성두석 씨는 “치과대학의 상징색이 분홍색인 이유는 선분홍 잇몸 색깔을 본땄기 때문이고 의과대학의 초록색은 초록색 수술 가운을 본땄다”라고 밝혔다. 우리학교 홍보실 최정현 씨는 “단대만의 고유 색깔은 한 번 정해지면 바뀐 적이 없었다”며 “바꿔야 한다면 학장과 교무회의를 거쳐야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단대의 고유색에는 그 단대만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지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이승훈(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명예교수는 “배지는 우월한 권위를 상징한다”며 “1980년대에 대학생이 지식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해지고 대중과 다르지 않다는 각성하에 배지를 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배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정석민(법학전문대학원 1) 씨. 이렇듯 오늘날 대학생에게 배지는 사라진 역사다. 그러나 우리학교를 목표대학으로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학교 배지를 파는 이순목 씨는 “학교를 견학 온 고등학생들이 많이 사간다”며 “가방에 붙이고 다니면서 입학하기를 소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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