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돌아왔다. 이를 보여주듯 학내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학생들과 만나며 선본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작년 이맘때와 별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자세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예년과의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진행되고 있는 총학 선거는 유독 과열돼 있다. ‘난장판’이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듯 선거가 혼란스러워진 이유는 한 선본이 ‘민주노동당원에게 학교를 맡기시겠습니까?’라며 상대 선본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후보들의 정치색이나 정당 가입 여부를 묻는 글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정치색 문제를 제기한 선본은 어떤 정치색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는 학생들도 있었다. ‘구글링’을 통해 얻은 후보들의 행적을 제시하며 답변하라고 다그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기성 정치판과 다를 바 없는 ‘네거티브’ 전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사달이 난데는 중심을 잡지 못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잘못도 컸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중선관위는 방조했다. 선본 측이 빨리 게재해야하니 서둘러 허가해달라고 떼를 써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대충 훑어만 봤어도 문제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검토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중선관위의 세칙 개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선거시행세칙이 총학생회칙과 대치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칙에는 ‘총학생회장을 위원장으로 △중앙대의원 △단과대학 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중앙집행위원회 1인을 중선관위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총학생회 부회장 및 사무국장, 여러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사퇴한 탓에 전임 총학생회장 및 단과대학 부회장이 중선관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특히 학생들은 전임 총학생회장이 중선관위 위원으로 선정된 점이 문제로 지적하며 ‘총학에 계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 총학 선거의 공정성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선거의 공정성은 당선된 후보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선거의 결과를 모든 학생들이 믿을 수 있을까. 학생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대표자는 내걸었던 공약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은 물론이요 ‘학생들의 신뢰가 부족한 총학’이라는 수식어가 꼬리처럼 붙어 다닐 것이다. 이는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추진하는 데도 장애가 될 것이다. 총학이 진정한 학생들의 대표자가 되려면 누가 당선돼도 깨끗이 수긍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선거에서 이겨도 출혈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가 웃으며 결과에 승복하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중선관위의 노력이 절실하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으니 다음 선거부터 반영하겠다고 회피해선 안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 남은 시간만이라도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선거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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