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개(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연감’ 2007년 기준)에 이르는 오늘날의 문학상은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그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문학상들이 고유 특징이 없다는 점 △소수의 문인이 여러 문학상을 심사한다는 점 △정실주의와 패거리주의에 입각한 수상작 선정 △문학상의 상품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평단에서 주목받거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 대부분은 문학상 수상작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은 자취를 감췄다. 문학상이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채 양적 팽창만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학상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문학상을 주최하는 문인단체의 증가다. 과거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인단체의 사단법인 인가권한을 가졌지만 현재는 지역자치단체가 이 권한을 가지면서 문인단체가 많아졌다. 대한문인협회 김락호 회장은 “각 지역자치단체에서 문학상을 그 지역을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보고 마구잡이로 인가해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에 생겨난 문학상은 특색이 없는 것도 문제다. 소수의 유명한 문인이 여러 문학상을 심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신생 문학상이 단기간에 권위를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으로 너도나도 지명도 있는 문인을 선정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 결과 한 심사위원의 특색에 따라 수상작이 선정돼 한 작가가 여러 문학상을 받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심사위원이 선정돼야 하고 심사위원은 상의 취지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학상의 수상작이 정실주의와 패거리주의에 입각해 선정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계락문학상재단 최원준 사무국장은 “특히 지역 문인단체가 주최하는 문학상의 경우 해당 문인단체에 가입한 문인을 대상으로 문학상을 시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패거리주의는 문학적 경향에 따라, 혹은 학연이나 인맥 등에 따라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상작이 문인의 객관적인 문학적 역량이 아니라 사적인 연고나 분파주의에 따라 결정돼 줄서기 식 문단정치가 형성될 수 있다.
  더불어 문학상의 상품화 역시 문학상이 권위를 상실한 원인으로 꼽혔다. 실천문학사 편집자는 “상을 위한 상, 책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문학상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상작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문학상이 상업화되면서 독자들은 수상작품에 실망하고 그 결과 문학상 수상작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권위 있는 문학상 역시 문학상 수상작을 책으로 출판하는 것에 대해 출판 상업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이 밖에도 문학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로 옮겨갔다는 것도 문학상이 외면 받는 이유다. 또한 독자들이 순수문학보다 장르문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관심이 더 낮아지고 있다. 이상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사상 강성욱 잡지팀장은 “문학상은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많은데 독자들은 추리·SF 등 장르문학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직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이 몇몇 있지만 문학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문학상의 결점에 최원준 사무국장은 “문학상은 문인들의 창작 욕구를 고취시킬 수 있어야 하고 상에 대한 순수함이 있어야 한다”며 “문학상을 만들 때 문학인과 독자, 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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