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가 한심해서 제 자신이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정안나(경영 4) 씨. 이처럼 20대 ‘청춘’들은 자학적으로 자신을  ‘잉여’라 칭하곤 한다. ㄱ(항공우주공 3) 씨 역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지만 재밌다고 느끼는 그 순간조차 내가 쓸 데 없는 일을 하는 쓸 모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에 힘을 쏟지 않는 자기 자신을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춘이 잉여로 변모하는 사회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엄기호(연세대 문화인류) 강사는 자신의 저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스펙 외의 것에 열정을 쏟는 사람들을 잉여라고 지칭했다. 엄기호 강사는 “이미 ‘스펙’은 ‘자기관리’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탈락시킬 사람을 찾는 도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쟁과 경제성을 미덕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풍토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경제성이 없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엄기호 강사는 “속칭 잉여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선과 신자유주의적 풍토를 따로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동체주의의 약화 역시 잉여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과거에는 개인이 실패하거나 불행해지면 공동체가 개인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있었지만 현대 사회는 경쟁의 일상화, 개인주의 등으로 사회적 유대가 점차 약해진 상황이다. 개인의 선택에 포함된 ‘위험’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힘들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이 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학교 신지은(사회) 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들은 전전긍긍하며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잉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20대를 약자로 보는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 역시 “빈약한 고용 인프라와 잉여인간을 떼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는 개인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칭하는 자학에서 벗어나자’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스펙보다 자신의 관심영역에 열정을 쏟는 행동을 잉여가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는 “잉여는 노동이 최소화되고 문화가 최대화되는 ‘문화사회’로의 전환에 계기가 될 수 있다”며 “1%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을 고칠 수 있는 것 역시 잉여라 칭해지는 청춘들이다”고 말했다. 이종범 문화평론가 역시 “잉여라 자책하지 말고 잉여를 자랑스러워 하며 잉여이기에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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