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30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자민당을 대파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54년간의 자민당 장기 지배 체제가 막을 내리고 역사적인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연합뉴스 2009년 8월 31일자)


   민주당은 창당된 지 1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정당이다. 민주당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3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집권하자 비(非)자민당계는 집권당에 맞서기 위해 연립정권을 세운다. 하지만 이 연립정권은 10개월 만에 무너진다.


   자민당의 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한 하토야마 유키오는 연립정권의 붕괴 과정에서 자민당을 탈당하여 간 나오토 등과 함께 1996년 민주당을 창당한다. 민주당은 △자민당 중심의 부패 관료제를 탈피 △지역중심의 사회 실현 등을 내세웠지만 당시 자민당의 일당 지배력이 강해 집권은 꿈도 꾸기 힘들었다.


   일본의 군소 정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키워온 민주당은 2000년 이후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매니페스토 방식을 도입한 민주당은 일본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으며 매 총선 때 마다 비약적으로 의석수를 늘려나간다. 2006년 오자와 이치로를 대표로 내세운 민주당은 당시 일본 총리인 아소 다로와 정면대결을 펼치며 강력한 야당의 면모를 나타낸다.


   2009년 8월 30일 민주당은 자민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이 아니라 △비정규직 구제 △양육비 지원 등 친 서민정책을 내세워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 54년간 집권해온 자민당을 대파하고 일본선거 역사상 유래 없는 의석수를 차지하며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다.


   민주당의 집권으로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본이 우호적인 태도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독도문제는 한국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집권은 일본 정치역사에 큰 의의를 갖는다. 최영호(영산대 일어) 교수는 “이번 총선은 보수적인 일본의 정치시스템이 유연해 지고 있다는 증거다”며 “앞으로 일본 내에서 정권 교체와 정당별 정책대결이 활발해 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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