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점

  “부산 미술? 총체적 난국이다”. 부산에서 미술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의 공통된 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수많은 문제점 중 도대체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시나 외부단체 등의 지원금 부족 △미술시장의 악화 △작가육성을 위한 시스템 부실 △사람들의 관심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작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시나 외부단체 등의 지원은 필수다. 따라서 대다수 작가들은 지원금 모색방법으로 외부단체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당첨되기 위해 힘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팀 안재홍 씨는 “서울과 경기도의 문화재단과 비교했을 때 정부의 지원 금액이 평균 10배정도 차이가 난다”며 “전국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중앙문예진흥금에 선정되는 비율도 수도권이 높아 지원금 차이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기금은 각 지역의 인구, 공연장 수로 통계를 내 할당금이 배분된다. 그러나 서울·경기지역과 다른 지역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안재홍 씨는 “진행하는 사업의 수와 분야 별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 시장의 악화도 문제점 중 하나다. 지역작가들은 계속해서 미술작품을 공급하지만 이를 수요할 시장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의 활성화는 작가들의 창작기반의 조성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김선화 입주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고 판매하는 수익만으로 생활하는 지역작가는 드물다”고 토로했다. 지역미술 시장 악화의 이유로 작가 육성을 위한 시스템 부실이 손꼽힌다. 이민환(미술) 교수는 “현재 부산의 상업화랑에서 판매되는 작품은 중앙작가의 작품이 대다수다”며 “지역미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지도 있는 지역작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이에 “부산에서 가능성 있는 작가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스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술에 관한 부산사람들의 관심 부족도 한몫한다. 지난 2005년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는 서울전과 달리 부산전에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전시 기간을 연장한 일화는 미술에 관한 무관심을 반증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상수 학예사는 “대체적으로 역동적인 부산사람들의 성격 때문에 비보이 등 노래와 춤의 뿌리는 깊은 데 비해 미술은 그 뿌리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술교육의 부족도 지역 미술에 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오픈스페이스배 서상호 대표는 “유명 해외미술의 일방적 해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오늘날 미술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모네에서 워홀까지’같은 유명한 해외작가전시회는 성황을 이루지만 바로 아래층의 지역미술 전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 밖에도 지역미술의 담론 형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거론됐다. 미술잡지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 다양한 담론을 형성할 수 없고 지역작가만을 조명하는 잡지 역시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서상호 대표는 “오늘날 부산미술의 문제점은 시의 지원규모, 공간부족, 담론의 부재 총체적인 요소로 인해 발생했다”며 “젊은 사고를 모아 실천하고 구현해야 하며 작은 움직임들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