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어려움에 움츠러들었던 부산미술이 새로운 움직임들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최근 지역미술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안적인 활동이 부산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미술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좋은 작품을 저가로 판매하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전시와 미술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작가들의 작품 공급 대비 수요 시장이 부족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로 접근하는 갤러리가 있다. 해운대구에 위치한 맥화랑은 지난 2007년에 시작해 올해 5회를 맞이하는 ‘10만 원대 행복한 그림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7, 8월에 열리는 전시회는 10만 원에서 99만 원 사이의 ‘착한’ 가격으로 학생작가의 미술작품부터 유명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미술작품은 비쌀 것이라는 인식을 확 깨버리는 이 전시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맥화랑 장영호 관장은 “작가들도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전의 정확한 취지를 파악해 참여하고 있다”며 “신진작가들도 중견 원로작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전시하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일반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털어내기 위한 부산지역 미술계의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4일까지 ‘노는척하다’라는 이름의 예술문화축전을 중앙동 일대에서 열었다. 이 행사에는 ‘원도심 입주작가 또따또가 정기전’을 시작으로 참여작가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스튜디오’와 주변 상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찾아가는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따또가에서 활동 중인 박경효 작가는 “기존 상업 전시장에서 특정 고객층이 원하는 작품만 만들어내면 그 미술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변 지역민들과 일상적인 교류를 하면서 움츠러든 지역미술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 강좌도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어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우리학교 앞에 위치한 화가공동체 민들레에서는 평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무료 미술 강좌인 ‘나눔교실’을 열고 있다. 민들레 신승훈 대표는 “일반인들이 미술을 배우려 해도 돈이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언제든지 시민들이 미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나눔교실에서는 실력을 쌓았던 학생이 현재 민들레 입주작가로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미술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부산의 특성이 담긴 작품 창작에 예술가들의 노력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박경효 작가는 “작가들이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대거 모여들어 문화의 중심지가 됐던 부산,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에 파악해 예술로 표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젊은 대학생들이 부산미술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진 미술평론가는 “젊은 학생들은 취업, 경쟁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널을 가져야한다”며 “삶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문화와 예술에 주목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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