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다리에는 지역인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75년간 부산 시민과 애환을 함께 해 온 영도다리가 제2롯데월드 건설로 10월 해체 및 복원공사에 들어간다. 시민들은 지난 4일 영도다리축제에서 이별식을 치렀다. 다음 달이면 획일적 개발 로 부산시민의 심금을 울린 ‘굳세어라 금순아’의 영도다리는 전설이 되어버린다.


  1934년 일제강점기 영도다리 개통일. 하늘을 향해 치솟는 신기한 다리를 보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모였다. 다리는 암담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함께 겪었다. 일제의 가혹한 수탈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이 투신하여 한 많은 생을 마감하는 장소이기도 했고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초승달을 보며 하염없는 망향의 눈물을 쏟은 곳이기도 하다.


  극단 자갈치 이상우 기획자는 “가진 자의 생각에 휩쓸려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개발은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키죠”라며 “깨어있는 부산시민들의 의식으로 영도다리는 철거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또 다른 문화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가 있어요”라고 우려했다.


  영도다리 해체공사가 한창인 2009년 어느 날, 연극은 시작된다. 배경은 영토다리 밑.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그녀의 딸은 포장마차를 하다가 복원공사에 맞춰 장사를 접으려 한다. 공사가 시작되면 자동차는 물론 사람도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내려와 자리 잡은 할머니는 선뜻 떠나기 싫은 눈치다.


  이 때 높이 올라가는 빌딩과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다리 밑으로 자살을 빙자한 다이빙 쇼를 벌이는 동식, 화류계에서 잘나갔지만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서글픈 주양, 사주팔자를 기막히게 잘 본다고 소문난 점집 박도사가 함께 모여 굴곡진 자신의 인생사를 신명나게 풀어낸다.


  등장인물은 실제로 영도다리 밑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김여진 단원은 “영도다리 밑 포장마차 집에는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계세요”라며 “점을 잘 보는 박도사님께 취재를 하면서 실제로 사주팔자를 보기도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구슬픈 노래자락에 맞춰 할머니는 기억 속의 단짝친구 금순이를 떠올린다. 한국전쟁 피난민 시절 영도다리 밑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할머니는 잊지 못한다. 할머니가 흘리는 눈물을 따라 흘리던 관객 이혜선(대연동, 55) 씨는 “자주 봤던 영도다리에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이 많이 담겨 있는 줄 몰랐어요”라고 소감을 전한다.


  연극은 영도다리에서 출발해 영도다리를 매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상우 기획자는 “영도다리에 부산사람의 따뜻함과 잔정이 묻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며 관객에게 바람을 전했다.


  ‘영도다리’는 오는 20일까지 극단 자갈치의 ‘신명천지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월요일은 공연이 쉬므로 유의할 것. 문의는 515-7341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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