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학은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을 조명하고 감춰진 노동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의가 있고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노동문학은 점차 쇠퇴기를 맞아 오늘날 서점에서 새로운 노동문학을 찾기란 매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개인주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 분위기 변화가 노동문학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 박연미 연구위원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개개인이 처한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했다”며 “자연스럽게 사회 공통의 문제인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고 이는 노동문학의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독재정권이 끝나고 국민들은 자신들이 갈망했던 민주주의, 자유에 심취했다. 이와 같은 성향은 출판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출판사 문학동네 이순영 홍보팀장은 “사회 문제에 주목했던 독자층이 점차 만화, 연애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졌다”며 “이에 따라 출판사들도 소위 ‘잘 팔리는 책’에 집중하면서 노동문학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작가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도 한계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문학연구학회 임유경 편집간사는 “여가시간에 읽기 좋은 가벼운 소재의 책이 출판 시장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다”며 “그러나 노동문학 작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위기를 맞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노동문학 자체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도 현재 위기상황을 부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을 통한 비판 이후 해결책 모색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국문학연구소 박성순 전임연구원은 “노동문학은 노동 현실을 일반 독자에게까지 알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사회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자 독자들은 노동문학을 외면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출판 방식이나 글의 형식 변화를 통한 노동문학의 다변화 △독자와 작가와의 만남 등 이벤트 △교과서를 통한 노동문학 가치에 대한 교육 등을 제시했다.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 지상수 운영팀장은 “인터넷을 활용해 노동문학을 창작하고 독자와 교류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의 속성은 노동문학을 어렵게 생각한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노동문학을 접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임유경 편집간사는 “노동문학의 가치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학연구를 통해 노동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교과서나 여러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 가치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