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自中之亂). 지금 부산교육대학교(이하 부산교대)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이 말을 체감하고 있다. 단순히 학교가 ‘구조개혁’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 아니다. 구조개혁은 큰 틀 속에서 교육대학교(이하 교대)의 통폐합과 직결됐다. ‘우리대학이 통폐합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학내 구성원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달 19일 열린 전체 학생총회에서 ‘우리대학이 교과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립대 구조개혁 선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은 다른 대학에 통폐합이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교과부가 전국 교대에 내린 제안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간선제(공모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제안을 수락한 교대는 부실대학 선정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정부가 학교 재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감언이설이었다.

‘직선제 폐지는 대학 자치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전국 교대는 반대의 목소리를 함께 냈지만 곧 8개 교대와 한국교원대가 입장을 번복하며 분열되고 말았다. 남은 2개 교대, 부산교대와 광주교대만이 처음 입장대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거부했다. 그 결과 부산교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일명 부실대학)으로 선정됐고, 광주교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 등과 관련된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제외됐다.

부산교대는 구조개혁과 통폐합이 결국에는 같은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교과부는 보도자료에서 구조개혁 분야로 ‘지배구조 개선(총장직선제 개선), 유사학과 통폐합, 더 나아가 대학 간 통폐합’을 제시하고 있다. 여차할 경우 교대가 일반대와 통폐합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당시 제주대와 통폐합한 제주교대의 사례는 이 해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부산교대는 교내 구성원 간 합의는 커녕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교수협의회에서는 간선제를 채택하자는 학교 보직 교수들과 직선제를 고수하자는 교수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는 ‘현실을 직시하고 소나기(통폐합)부터 피하자’라며 간선제 채택을 주장한다. 학생들이라도 마음을 모아 통폐합을 막아내자는 취지로 장기 동맹휴업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찬성률 62%로 가결 조건(75%)을 넘기지 못하고 부결됐다. 총학생회장은 “휴업의 부결이지 투쟁의 부결은 아니다”라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학생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투쟁의 끝’이라는 것이 학내 여론이다. 총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급박한 시점이다.

부산교대 학생으로 졸업을 하고 싶은 수많은 학생들이 다른 이름을 달고 졸업을 하게 될까 하루하루를 불안함 속에 보내고 있다. 구조개혁과 통폐합, 이 두 가지는 안타깝게도 부산교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교대가 통폐합 된다면 그 다음 국립대학, 그 다음다음 국립대학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통폐합될지 모르는 일이다. 부산교대는 ‘정부의 일방적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도미노 판에서 첫 블록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간 합의를 위해 거쳐야 할 뼈아픈 과정이 남아있지만, ‘교육 전문성’을 목표로 교과부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많은 국립대 학생들이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통폐합을 막아내자는 목적에 응원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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