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판은 너무 커서 지저분해 보일 정도에요”라고 말하는 박순영(전자전기공 3) 씨. 상가를 홍보하는데만 주력한 간판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반응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3월 ‘옥외광고물 10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본격적인 간판조성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시미관 가꾸기에만 치우친 간판조성사업으로 간판이 획일화돼 상가만의 특색도 퇴색됐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간판에 관한 의견은 첨예한 대립을 이뤘다.

부산에서도 전국적인 간판조성사업에 발맞춰 간판시범거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 이전에 간판들은 건물에 비해 크기가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사업 후 간판들은 입체모양, LED사용, 가로크기 10m와 세로크기 60~100cm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간판거리시범사업을 통해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꿈꾸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사업을 통해 불법간판의 수적 감소를 이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남구청 조상호 담당자는 “부정 광고물 99%를 정비했다”며 “유동광고물이나 창에 붙인 광고 90%는 부정 광고물이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가장 성공적인 간판거리로는 광복로를 꼽는다. 개선된 간판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원도심 쇠퇴화를 막았다는 주장이다. 광복로문화포럼(상가번영회) 김태곤 사무국장은 “사업 이후 광복로 매출이 30%이상 증가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부동산 가격 역시 50% 이상 치솟아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김태곤 사무국장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상인들의 월세도 올라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간판사업은 간판의 법적규제가 강화돼 상가 간판의 획일화를 낳았다. 지난해 경성대 앞 간판이 재정비됐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김승은(경성대 교육 2) 씨는 “각 상가마다 특색없이 똑같은 간판이라 눈에 띄지 않는다”며 “똑같은 간판으로 학교 앞 분위기도 재미없어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간판디자이너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강화된 간판디자인 규제로 간판 디자인 산업도 몰락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KRSD(한국사인디자인연구회) 이정민 회장은 “실제로 간판제작업체의 1/3이 도산됐다”며 “디자인할 범위가 적다보니 업체마다 색깔도 사라진 것이 계기”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위해서는 상가와 거리의 특색에 맞는 간판이 중요하다. 세번째 공간 김철호 간판제작자는 “단순한 간판이 아닌 상가특색에 맞춘 조형간판은 이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며 “조형미를 간판과 조화시켜 간판의 예술적인 공간에서 거리로 성장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정민 회장 역시 “17년 전 집창촌 이었던 타임스퀘어는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했다”며 “상업지구나 특화된 거리는 화려한 간판으로 남겨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