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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게이들이 만든 ‘기적’같은 이야기
  • 윤정민 기자
  • 승인 2011.10.12 17:57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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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기적> 이혁상 감독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지만 제대로 사랑 취급을 못 받는 사랑도 있다. 바로 성적소수자들의 사랑이다. 이들의 삶과 사랑을 날것그대로, 낱낱이 기록한 사람이 <종로의 기적>(이하 <기적>)을 만든 이혁상 감독이다.


  <기적>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활동 중인 이 감독이 만든 첫 작품이다. 게이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종로구 낙원동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본격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이하 다큐)로 감독 자신도 이 작품을 통해 화려하게 커밍아웃했다. 섭외와 연출의 어려움에도 다큐 장르를 택한 이 감독은 “보통 사람들은 늘 주류 미디어에서 확대재생산하는 편견으로 성소수자를 본다”며 “다큐를 통해 다양한 게이들의 특별하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편견을 해소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적>은 특히 성적소수자라는 소재 때문에 독립 예술이 부딪치는 기존의 어려움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정권교체 이후 사회 분위기는 급격히 보수화 되고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혐오 공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공공기관, 문화재단, 영화관련 조직으로부터 제작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단 1원의 제작지원금 없이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 그는 “독립영화나 다큐는 다양성을 보장하고 건강한 사회적 발언과 고민을 다루므로 공적인 지원과 제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 정권은 독립영화를 ‘친북좌파영화’라는 프레임에 가둬 일체의 지원을 끊어버렸는데 상업영화의 정글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순환체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게이 커뮤니티의 두려움과 맞서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커밍아웃을 원치 않는 성적소수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진심으로 종로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부 게이 어르신들은 ‘뭣 하러 조용한 종로 골목을 들쑤시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도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종로의 분위기가 점차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부문 대상, 한국 독립영화협회 선정 ‘올해의 독립영화’에도 선정되는 등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감독은 “작품을 통해 많은 성적소수자들이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만났다”며 “이제 여러분도 성적소수자를 향한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널리 커밍아웃해주시면 여러분 주변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던 성소수자 친구들이 여러분에게 커밍아웃하게 되고 결국 차별이 없는, 공존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의 다음 계획은 휴식이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역사는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기에 더욱 기록될 가치가 있고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라고 말하는 그이기에 얘깃거리가 생기면 반드시 카메라를 다시 들 것이다.

윤정민 기자  oasis06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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