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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영어 간판, “부산이야 뉴욕이야?”
  • 윤정민 기자
  • 승인 2011.10.12 17:56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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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신문에서는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학교 앞 간판의 한글 사용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우리학교 앞 간판 2,11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어 알파벳을 비롯한 외국어로  표기한 경우가 49.7%로 간판 속 한글 파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는 부대신문이 직접 간판을 조사하고 이를 △한글 자음/모음 표기 △영어 알파벳 표기 △일본어 히라가나 표기 △기타 외국어 표기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대상 중 외래어 상호라도 한글을 이용해 표기한 간판이면 한글 표기 간판으로 포함시켰다. 또한 한글과 영어 알파벳이 함께 표기된 경우 더 크게 표기된 언어에 따라 구분했다.


  자세한 결과를 살펴보면 △한글 간판 1,062개 △영어 알파벳 간판 990개 △일본어 간판 17개 △한자나 기타 외국어 간판 44개로 나타났다. 영어 표기 간판 중에는 ‘닭’을 ‘DAK’라고 표기하는 등 한글 낱말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한 간판이 많았다. 또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의 나열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한글 표기 간판은 절반이라도 되지만 순우리말을 사용한 간판은 더욱 찾기가 어렵다. 동아대 국어문화원에서 지난 200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학교 주변 간판 언어에서 순우리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한글만 알고 있는 사람은 학교 앞 간판 중 절반 가까이를 읽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박선자(국어국문) 교수는 “영어사용이 일반화되고 영어교육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상호를 표기할 때도 우리 글자보다 영어 알파벳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영어식 표기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도 큰 이유다. 영어 간판을 단 가게 ㄱ사장은 “별 뜻은 없지만 멋있어 보여 손님들이 더 많이 찾을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영어가 고급스럽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일 뿐 아니라 언어를 통한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글학회 김한빛나리 총무부장은 “아름다운 한글을 두고 굳이 영어를 사용하거나 영어가 더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대 국어문화원 엄정호(국어국문) 원장은 “알파벳으로 표기한 간판이 절반이나 된다는 것은 알파벳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차별을 낳으므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대학교 앞이기에 영어를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학은 대학생만의 것이 아니므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제도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 인식을 개선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르면 되도록 한글로 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법률이 구체적이지 않고 처벌이 따르는 것도 아니라 영어 표기 간판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또한 대기업들이 영어 표기 간판 사용에 더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정구청 도시안전과 이선월 담당자는 “대기업에서 영어로 된 간판을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 영세업체들만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며 “기업 차원에서 한글을 사랑하고 아끼기 위해 간판 한글 표기에 앞장서는 등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oasis0605@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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