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지난 5일에 생을 마감한 애플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잡스는 어느 연설에서 ‘죽음은 삶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죽음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늘 큰 도움을 줬던 무기였던 것이다.


  국내에서도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 웹툰, 웰다잉 교육이 꾸준히 나오며 사람들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사례로 지난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연극 <염쟁이 유씨>의 관객들은 처음에는 무거운 주제에 선입견을 가지고 찾아왔다. 그러나 연극이 끝난 후 관객들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본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렇게 두렵고 피하고만 싶던 ‘죽음’이란 것을 이제는 인정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삶은 불확실하지만 사람에게 죽음은 반드시 다가온다는 확실성이 있다. 이에 죽음을 잘 준비해보고자 하는 ‘웰다잉 교육’이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교육은 입관체험, 임종체험을 비롯해 자신의 유서와 묘비명 작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웰다잉 교육을 통해 생애를 마무리하는 노인뿐 아니라 젊은 청년들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학교 ‘진로탐색과 생애설계’ 강의에서도 자신의 유언장과 묘비명을 작성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류지나(신문방송 4) 씨는 “막상 내 묘비명을 작성하려니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됐다”며 “지금껏 안일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하며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강의 교재의 저자인 부경대학교 종합인력개발원 남미정 진로지원팀장은 “많은 학생들이 이 강의과정을 만족하고 자신의 생애설계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며 “취업은 진로의 일부분일 뿐 전생애적관점으로 본다면 멋지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이 삶을 더 풍만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피해 불로초를 원했던 진시황을 비롯해 죽음을 피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왜 달라졌을까.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변화 원인을 ‘웰빙을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강경아(삼육대 간호) 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 암 발병률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에 젊은 사람들도 웰빙을 위해 웰다잉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죽음에 대한 인식변화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남미정 팀장은 “젊을 때부터 자신의 삶이 어떻게 끝나길 바라는지 죽음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 곧 삶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라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식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윤문용(동부산대 장례행정복지) 교수 역시 “자신의 인생행로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과정을 거친 후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면 그것은 마침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