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2일, 부산대 양산캠퍼스에 첫 발을 디디던 1학년 때가 생각난다. 나는 분명히 부산대학교 간호학과에 원서를 썼는데, 내가 알고 있는 장전동 부산대학교가 아닌 양산으로 오라는 통지를 받았다. 처음 보는 보라색 좌석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빙빙 돌아 도착한 곳은 모래먼지가 날리는 허허벌판 공사장 위 덩그러니 서있는 건물 앞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대학생활과 달리, 장전캠퍼스와는 멀리 떨어진 이 곳 양산캠퍼스에서 2년 반 동안 공부하고 생활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양산캠퍼스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다. 장전동에서 양산캠퍼스까지는 자동차로 2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버스를 타면 50분, 지하철을 타면 1시간이 걸린다. 해운대나 사하구 쪽에 사는 간호대 학생들은 더 오래 걸려서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친다. 또한 새벽 6시 30분에 임상실습을 시작하는데 버스 첫차는 오전 7시에 부산에서 출발하고, 오후 10시에 임상실습이 끝나면 버스 막차는 10시 정각에 이미 학교를 떠난 상태다.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에는 가로등도 몇 개 없고 사람도 잘 다니지 않아, 밤에는 늘 택시를 타고 다닌다.


  이러한 교통의 불편함 때문에 전공 수업만 있는 2학년 때부터는 다들 기숙사에 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기숙사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다. 기숙사 건립을 시작할 때 있었던 학생 수 보다 현재의 학생 수가 훨씬 많아 기숙사가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교통을 고려한다면 거리 순으로 학생들을 배정해야하는 것이 맞다. 기숙사에서는 전문대학원 학생들이 간호대 학생들 보다 더 먼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간호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배정해줄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장전캠퍼스와 같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2년 동안 끊임없이 건의해야 했다. 그 결과 겨우겨우 이번 학기부터 방학을 제외한 정규학기에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게 바뀌었다.


 장전캠퍼스 학생들과는 떨어져 홀로 양산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다. 간호대 학생들은 언제 대동제가 열리는지, 시월제를 하는지조차 모른다. 간호대 학생들이 모일 장소와 편히 쉴 곳도 없다. 학생회장으로서 간호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소식을 전해주고 행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행사가 있을 때마다 포스터를 붙이고, 홍보도 열심히 하러 다니고, 학교에는 학과방 하나 만들어 달라고 건의도 한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이러한 환경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학교 다니기가 이렇게 힘들고 서러운데, 지금은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학교에 학생식당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 있던 학생식당 마저 적자라며 지난 6월 중순부터 문을 닫았다.


  장전동에 있는 학생들과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똑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왜 간호대 학생들만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지금도 우리는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학교에 와서, 모래먼지를 마시고 공사로 인한 소음을 들으며,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채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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