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탯말 ①

 

  내레 원쑤를 갚겠수다!

  북녘 작가의 소설 <저예망선>의 한 대목이다. 여기에 쓰인 ‘-레’와 ‘-수다’는 흔히 영화나 연극, 드라마 등에서 등장인물 북녘 사람임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표지이다. 우리가 탯말을 경상도 탯말, 전라도 탯말, 평안도 탯말과 같이 구분할 수 있는 것은 그 지역에서 고유하게 쓰이는 하나하나의 단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대부분 말씨나 ‘-레’나 ‘-수다’와 같은 토를 통해서 더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가이소, 가지비, 가유, 가랑께, 갔습메, 갔수왕’이 각각  경상도, 함경도, 충청도, 전라도, 평안도, 제주도에서 쓰이는 탯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탯말을 탯말답게 드러내는 일차적인 표지는 단어가 아니라 토이다.
 ‘-레’와 ‘-수다, -쉐다, -우다, -웨다, -습메, -수다레, -디, -습네까’ 등은 평안도 탯말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말이다.

오늘 하루 밤을 여기서 새워야 갔수다. <첫눈오는 날 밤> 리영규

글쎄 저건 전년에는 백정놈한테 죽을번하더니 망할놈의 개 천당에를 가고싶던지 목사한테 죽었쉐다그리. <서기생활> 송순일

인주우다 형님, 이 무거운 걸 어째 또 메구 가우다? <새산판에서> 박경빈

버리고 간 가웨다. <축복> 석윤기

오늘 낮에두 왔다 갔습메. <북간도> 안수길

  흔히 남녘에서 탯말로 생각하는 위의 토 중에서 ‘-레’와 ‘-습메, -수다레, -디’를 제외한 나머지 토들은 북녘에서 간행된 <조선말대사전>에 문화어로 실려 있는 말들이다. <조선말대사전>에서 ‘-웨다’는 ‘-외다’를 더 수수하게 표현하는 맺음토(어미)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쉐다’는 ‘-쇠다’를 더 수수하게 나타내는 맺음토로 풀이하고 있다. 탯말이 갖는 정서적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흔히 남녘에서는 지역어 혹은 방언으로 치부되는 우리의 탯말이 북녘의 사전에는 버젓이 문화어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화어의 근간이 되는 탯말이 평양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루 쓰이는 탯말을 문화어에 반영하고자 하는 북측의 언어정책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표준어나 문화어에 탯말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표준어나 문화어도 탯말이며, 탯말의 일부가 표준어나 문화어인 것이다. 우리에겐 고향 ‘탯자리’(태어난 곳을 가리키는 탯말)가 있듯, 우리말에는 탯자리가 어디인지에 따라 탯말도 제각기 다르다. 탯말은 ‘알쭌이’(고스란히의 황해도 탯말) 탯자리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내야 하는 소중한 우리 겨레의 유산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