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작품 리뷰 및 감독과의 대화 : 김성균 감독

  펜더, 깁스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타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납품을 하며 엄청난 수익을 내던 국내 유명 기타 제조업체인 ‘콜트·콜텍’. 그러나 이 회사는 1년간의 적자를 이유로 대전과 인천공장을 폐쇄하고 손가락 잘려가며 기타를 만들어왔던 노동자들을 지난 2007년부터 정리해고자로 몰아냈다. 해고노동자들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시 복직해 기타를 만드는 그날을 꿈꾸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어 한국 노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김성균 감독은 지난 2008년 겨울에 이 해고노동자들의 장기투쟁 이야기를 접했다. “시민방송 RTV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 것을 알았다”고 그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감독은 “작은 사업장이고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지만 이들의 기나긴 싸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다큐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작품에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뮤지션들의 열정적인 공연과 음악도 함께 녹아있다. 지난 2009년에 만들어진 1편 <기타이야기>는 뮤지션과 노동자들의 연대 이야기가, 후속작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꿈의 공장>은 그 연대와 함께 해외원정투쟁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이들의 연대에 대해 김 감독은 “뮤지션들이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한 번쯤은 거쳐 간 기타가 콜트·콜텍 기타”라며 “정치나 노동문제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자신들이 콜트·콜텍 기타 소비자이기에 이 연대에 참여하고 공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션들은 노동자들이 만든 기타로 ‘이 기타로 당신들에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무기력했던 노동자들은 이 변화와 관심을 고마워했다고 한다.


  <꿈의 공장>은 음악다큐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신나는 음악이 가득하다. 두 기타리스트가 노동자들이 기타를 만드는 것을 상상해 멋지게 연주하는 것과 진짜 기타공장에서 기타를 제작하는 소리를 한 장면에 담아낸 인상적인 시퀀스(여러 장면이 모여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것)가 있었다. “그들의 즉석 공연이 영화 이미지 시퀀스에 영감을 줬다”고 말하는 김 감독. 이렇게 작품은 기승전결 형식으로 배치된 작품이기 보다 복합적인 문제들을 일부러 더 흩뜨려 재배치되면서 실험적인 형식이 엿보였다. 또한 감독은 노동자들의 한숨을 담아내면서 절망적이고 어두운 것들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즉흥적이지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듯 “다큐는 시나리오가 없는 찍혀진 날것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라 매력이 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다큐 속 유명 락 밴드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는 ‘신념이 있는 곳에 계속해서 가겠다’고 말했다. 김성균 감독이 꿈꾸는 미래는 잘 짜여진 계획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해나가고 있다. “구상 중인 것은 5, 6년 뒤에 한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려고 한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음악적인 이야기라든지 함께 다큐를 만들고 싶다”고 쑥스럽게 말하는 김 감독의 멋진 차기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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