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부산 속 공간들을 지키기 위해 카메라를 든 김지곤 감독을 만났다. 김지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낯선 꿈들(Unfamiliar Dreams) △길 위에서 묻다(Life on the line) △오후 3시(At 3p.m.) 총 3편으로 모두 단편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지금 부산에서 말해야할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는 김지곤 감독. 이러한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영화 소재는 ‘동시상영관’이다. 김 감독은 “영화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에서 그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 사라져간다는 모순에서 문제의식을 가졌다”며 “특히 영화 역사의 시작점인 동시상영관에 주목해 <낯선 꿈들>에서는 삼일극장을, <오후 3시>에서는 삼성극장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김 감독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부산 지역 극장의 99%는 대기업이 잠식한 멀티플렉스로 이곳에 독립다큐멘터리가 상영할 수 있는 확률은 없다. 이런 현실 속에 독립다큐가 상영될 수 있는 곳은 독립·예술상영관뿐이지만 이 곳 역시 국도가람예술관, Art Teater C&C, 시네마테크가 전부다. 김 감독은 “시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신식 건물 짓기에 급급한 부산시 관계자들 때문에 독립예술상영관은 철거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가 마을마다 공동체 상영관을 만들어 소규모로 영화를 상영하는 등 다양한 공간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는 마을 상영관과 시위현장에서 사용된다. 두리반 사건(부대신문 1404호 참조) 당시 두리반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김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해야 하는 영상이다. “사실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에서의 연출’은 자제한다”고 밝히는 그. 그래서 20분짜리 영화의 촬영 기간은 2~3년이 걸린다. <오후 3시> 마지막 장면인 영사기 기사 할아버지가 졸음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일 년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 김 감독은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얘기했다.

한편 대부분 다큐멘터리와 달리 그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나레이션과 음악들을 들을 수 없다. 영화 속 모든 배경음악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 녹음된 일상생활 속 기계음이나 영화관에서 발생하는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 등이다. 이에 김 감독은 “이 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며 “그러나 공간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인위적인 음악과 나레이션을 사용하는 것을 피했다”고 답변했다.

김 감독이 연출한 총 3편의 작품은 모두 단편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는 단계라 단편부터 시작했다”며 “천천히 장편 다큐멘터리에 도전할 것”이라며 다짐했다. 또한 김 감독은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부산의 공간들을 담을 계획이다.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산복도로를 담을 것”이라 말하는 김 감독에게 부산은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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