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작곡가 베토벤은 청각장애를 가지고도 자신의 예술성을 마음껏 표출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블라인드>에서 주인공 수아 역시 사고로 시력을 잃었으나 청각이나 후각 등 그 외의 감각들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해졌다. 비록 몸이 불편할지라도 그들만의 감각으로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20차 아시아지적장애인대회’, 오는 29일에 개최될 예정인 ‘2011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그리고 부산에서 지난 6월에 열린 ‘제5회 장애인미디어축제’.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의, 장애인의 의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매년 열리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신동일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만 머물렀지만 지금은 그들의 삶의 질 확대를 위해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문화예술적인 활동은 꼭 필요하고 장애인들도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한 것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즐기며 긍정적으로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휠체어 댄스스포츠 부산 대표로 활동 중인 윤정희 선수는 “일반 댄스스포츠보다 휠체어만의 독특한 구동방식과 일반인 파트너와 함께하는 호흡으로 더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며 “몸이 다른 이들보다 불편하게 태어났지만 내 스스로 더 특별하고 짜릿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다리가 불편한 전성일(동명대 시각디자인 07, 휴학) 동화 일러스트 작가는 “동화 일러스트 분야 일을 시작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내 장애보다 그림 그 자체를 더 주목해준다”며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 있고 보람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직까지는 장애인들 사이에 저변 확대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신동일 사무총장은 “모든 분야가 그렇듯 수도권에 사는 이들보다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기회나 혜택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사람들의 시선이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진 편이라고 하지만 아직 이들을 위한 지원책과 제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정보를 얻고자 해도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기술지원·교육 부문의 여건이 뒷받침되지도 못한 것이다. 윤정희 선수는 “일반인들은 목마른 장애인들에게 지원이라는 ‘물’을 주려는 마음은 크지만 주는 방식이 너무 성급하고 일방적이라 아쉽다”며 “장애인들과 비장애인간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져 무조건 도움보다는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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