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신약 개발에 침팬지를 이용해 결국 침팬지가 인간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관객에게 동물실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준다. 동물실험은 고대 최초로 동물을 해부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돼 17, 18세기에 이르러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아 현재까지 활용되고 있다. 한편 최근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을 실험대 위에 올리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긴 역사를 지닌 동물실험은 인간과 유사한 성상을 가진 동물을 이용해 인간에게 직접 시행할 수 없는 독성이나 용법 등을 알기 위한 연구를 일컫는다. 흔히 쥐, 토끼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효모부터 물고기, 초파리 등 사람을 제외한 모든 대상이 실험동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의약품 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심지어 살충제까지 사람 몸에 닿는 거의 모든 제품의 독성검사에 동물실험이 활용된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제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1991년 유럽은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를 세웠고 이어 2001년 미국이 대체실험검증위원회를, 2004년에 들어서는 일본이 대체실험검증센터를 설립하고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동물실험 반대론자들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근거를 내세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장익순 박사는 “동물권리자들은 인권처럼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다고 말한다”며 “이들은 사람에게 유익하다면 동물실험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 차별주의자로 보고 있다”며 전했다. 또한 실제로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밖에 되지 않아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영국의 동물실험회사 ‘헌팅턴’에서도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날 확률은 5~25%에 불과하다고 실토한 바 있다”며 “동물실험은 동전던지기보다 못한 확률을 가진 비과학적인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반면 동물실험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 동물실험 찬성론자들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위험부담을 모두 안아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박종하 관리수의사는 “동물실험은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기 전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이 과정이 생략된다면 사람들에게 그 위험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보다 시간적·결과적으로도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대연(바이오소재과학) 교수는 “실험쥐는 2년의 짧은 수명과 번식력도 왕성해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평균수명이 80년 이상인 사람에게서 결과를 얻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 대한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지만 연구자들 대부분이 ‘3R’ 원칙 즉, 실험동물 수 감소(Reduction), 실험동물의 대체(Replacement),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가 지켜져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공감하고 있다. 장익순 박사는 “동물대체시험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다”이라며 “완벽한 대체법이 마련된다면 학계에서도 이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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