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개씩 사라져 가는 중소서점. 그러나 중소서점 뿐만이 아니라 이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추억도 사라져 간다. 이유정(물리 4) 씨는 “어렸을 때 동네 서점이 버스정류장 앞에 위치해 있어 동네서점은 친구들과 약속의 장소였다”며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을 기다려 그 시간마저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조현주(분자생물 4) 씨 역시 “학창시절 추억이 서린 중소서점이 대형서점에 잠식해 추억마저 잠식당하는 기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거대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대형서점에 잠식돼 가는 중소서점의 현실에 우리학교 앞 중소서점도 예외일 수 없다. 장전서점 김병조 사장은 “80년대 민주항쟁이 활발하던 시절, 항쟁의 중심이었던 부산대 앞 중소서점은 학생들의 피난처였다”며 “또한 당시 금서로 인해 경찰들의 방문이 잦았다”고 말했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생 수가 늘어나 자연스레 대학교 앞 중소서점도 증가했다. 효원도서 한정민 사장은 “당시 책을 살 때 타 대학 학생들이 부산대 앞 서점에 찾아올 정도로 중소서점이 부흥기였다”며 말했다. 장전동에서 계속 살아왔다는 상가번영회 박상철 회장도 “학교 다닐 당시 중고서적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청아’와 사회과학서적이 중심인 ‘나라사랑’, 찻집과 서점을 함께 병행했던 ‘전통찻집’ 등 다양한 중소서점이 있었다”며 “학교 앞 중소서점은 학생들이 쉽게 가서 책을 보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답했다.

  대형 서점을 찾는 많은 학생들은 ‘많은 책을 접할 수 있고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장점 때문이다. 임세민(불어불문 2) 씨는 “대형서점은 쾌적한 환경 속에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정민 사장은 “대학교재만을 다루는 효원도서는 일반 대형서점보다 대학교재가 다양해 학생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많은 종류의 책을 보유한 대형서점보다 한 종류의 다양한 책들을 보유한 중소서점이 원하는 책을 찾기에 더욱 편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영광도서 서봉석 과장은 “목적지향적으로 책을 사는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은 그야말로 책을 사고파는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헌 교수 역시 “중소서점은 같은 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분위기 또한 조성할 수 있어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서봉석 과장은 “반면 중소서점은 주민과 가까이에 있다는 장점으로 이들의 소통의 장소와 ‘책’이라는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감대를 이끌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서점연합 박대춘 회장은 “중소서점은 지역에 토착화된 풀뿌리 같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서점연대 최낙범 회장은 “하루에 책이 100종씩 출판되는데 대형서점은 잘 팔릴 것 같은 유명 작가, 유명 출판사의 책들만 판매한다”며 “특성화된 중소서점이 활성화된다면 한 종류의 다양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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