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일보 1면 첫 기사는 ‘부산대가 1946년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로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위기일까. 신문은 ‘총장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부정과 그로 인한 후보자의 벌금형, 이해할 수 없는 인사와 구성원의 반발’ 등을 위기의 이유로 제시했다.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아니다. 필자는 이번 기사를 취재하며 ‘진짜 위기’를 목격했다.


  위의 기사가 보도됐던 지난 1일 정문 앞에서는 총학생회 기자회견이 있었다. 학생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는 대학 본부에 대한 항의가 목적이었고 부경대와 통합 반대도 주요 내용이었다. 몇몇 학생은 발언을 하다 감정이 격앙됐다. 또한 발언 후 이어진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의 삭발식을 지켜보던 학생들과 총학생회 구성원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필자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이 머리를 자르게 하고, 다른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게 한 대학 본부의 처사도 우리가 처한 위기의 진짜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이후에 이어진 학생들의 본부 항의 방문과 직원들과 갈등, 부총장실 점거와 본부 측의 일관된 ‘무시하기’도 정답은 아니다.


  진짜 위기는 정문 앞 그 난리 통에서 시선을 돌렸을 때 바로 몇 미터 옆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우리 효원인들이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슥 보고 지나치는 게 전부였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 때문에 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총학생회 기자회견 현장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더욱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본 것만을, 그 느낌만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야말로 ‘무관심’ 혹은 ‘냉소적’이었다. 무관심과 냉소는 무서울 정도였다. 삭발하고 눈물짓는 학생 사진을 수없이 찍으면서도 느낄 수 없었던 위기를 수많은 학생들의 무관심에서는 느낄 수 있었다.


  반값등록금, 대학통합, 법인화, 총장선거는 정치나 투쟁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공부나 취업을 뒷전으로 해야만 바로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의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국립 부산대학교의 위기 상황은 그런 학생들의 관심 위에서만 극복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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