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와 할인정책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린 중소서점들. 힘든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들이 있다. 바로 ‘특성화’와 ‘문화가 있는 서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많은 책을 구비하는 것이 작은 서점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서는 모든 분야의 책을 다루기에 그 깊이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그 역할을 중소서점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중소서점들은 매장을 작게 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성화가 답”이라며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둘 수 없으니 위험할 것 같지만 오히려 지역을 벗어나 전국적인 관심집단 모두를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향토서점 문우당서점은 지난 4월 해양도서․지도 전문 서점으로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이 서점 조준형 대표는 “해양도서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했고 문을 닫을 때도 ‘이제 지도나 해양도서는 어디서 구하나’라며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아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문화공간 역할을 맡는 것이 서점 생존을 위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은 “책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문화재이므로 중소서점은 거리에서 문화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원근 책임연구원도 “여러 문화행사를 통해 독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소비자들도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서점들을 도와야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져 구매나 수익과도 직접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효원도서 한정민 대표 역시 “외국처럼 우리도 가볍게 책을 구경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시 짓기 대회나 행사를 열수도 있는 그런 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커스텀 서점’도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커스텀 서점’은 주문형 출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점으로 디지털파일로 저장된 내용을 인쇄해 종이책으로 만들어 준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재고가 쌓이지 않고 개인이 필요한 책을 구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지 않고 기계 값도 비싼 편이라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소서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고 말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쟁력을 갖추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서점들의 몫이지만 이미 현실 상황 자체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도서정가제와 할인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 문제해결이 없으면 서점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불광문고 최낙범 대표 역시 “현 제도에서는 문화마케팅이나 전문화도 한계가 있고 자본력에 따라 시차만 있을 뿐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