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은 실험적이고 사회성 있는 창작극을 선보여 연극의 메카로 부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대형 기획사 중심의 프로젝트팀이 연극을 기획하면서 상업연극이 성행했다. 이로 인해 창작극의 질적 하락과 함께 관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이를 타계하고자 최근에 전국적인 ‘창작극’ 열풍이 불고 있다.

90년대 초 소극장의 양적인 성장으로 극장 간의 관객 유치 경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대형 기획사 중심의 오락성 연극이 팽창했다. 청주 극단 새벽 이선일 상임연출가은 “상업 연극의 증가는 연극의 질적 하락을 가져왔고 결국 연극 관객 수의 감소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부산에는 11개의 소극장만이 자체극단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체극단이 없는 대부분 소극장은 대관공연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소극장의 환경이 창작극을 만들기에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창작극은 어렵다’는 관객들의 인식도 창작극의 진로를 막고 있다. 이에 부산연극협회 김동석 회장은 “통속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대중성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관객 역시 연극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일 상임 연출가는 “그것을 만든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창작극은 소수만을 위한 가난한 잔치일 뿐”이라며 “모든 연극은 관객의 공감과 재미, 그리고 발전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연극의 부흥을 위한 한 방법으로 창작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구 극단 앙상블 이종국 단장은 “창작극은 당시 시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사투리 등으로 지역의 특징을 드러내 지역연극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극단의 특색을 지닌 창작극은 매니아 층의 관객을 형성해 지역극단의 활성화까지 돕는다. 극단 자유바다 권혁철 극장장은 “지역극단마다 만들어지는 창작극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 극단마다 매니아 관객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창작극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종국 단장은 “창작극과 상업연극의 비율이 이전에는 1:9정도의 비율이었다면 현재는 4: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도 창작극만 제출할 수 있는 부산연극제, 자유바다 소극장에서 운영하는 ‘1인 창작극 페스티벌’ 등 창작극의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창작극을 쓰는 희극작가의 절대적인 수가 증가해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창작희극공모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동석 회장은 “연극제와 공모전 등이 많아야 질 좋은 창작극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시,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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