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 동아리들은 신입회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방학동안 전수발표회, 정기공연을 준비하며 자신들의 땀과 노력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학기는 마냥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24일, 26대 이구동성 동아리 연합회는 <학생자치권 탄압하고 지원금 지급 않는 학교 본부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학내 자유게시판에 게시하였다. 

본부가 학생회관 내 동아리들의 활동 공간에 대한 위생 관리 소홀, 대내외 활동 실적 미비 등을 문제 삼아 ‘문제 있는’ 동아리들을 정리하라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6월로 지급예정이던 예산 지원도 미루고 있는 상태이며, 도리어 예산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본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취업 동아리가 그 공간을 대신 사용하게 하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취업동아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취업하기 힘든 상황에서 본부가 학생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학생들 역시 어려운 취업대란 속에서 취업동아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들이 ‘학생복지’라는 의도와 달리 기존의 동아리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학문화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들의 성격과 활동 방향까지 본부가 통제하고 변화를 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에 다양한 가치와 활동들을 태동시키고 그 가치들을 이어온 동아리의 활동들이 취업대란의 현실 속에서 공존할 수는 없는 후순위로 밀려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양한 생각, 가치, 그리고 공동체의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과 경쟁력을 제공해주는 동아리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한데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본부의 취업동아리 지원을 위한 무리한 움직임들이 곱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만약 본부가 의도한대로 ‘경쟁력 없는’ 동아리를 정리해  취업동아리로 대체시키고, 생동감있는 어울림의 공간이었던 동아리방마저 도서관처럼 자격증과 각종 시험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변해간다면….
 
지난 2000년 초, 본부는 동아리에 대해 지금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다. 위축되는 동아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1인 1동아리제를 권장한다는 방침을 세워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독려했다. 또한 우수동아리 콘테스트를 실시하고, 건전학예술비 지원 금액을 확대하며  동아리 지원에 힘을 썼다(물론 그 당시에 몇몇 동아리에 재정적인 지원이 집중된다고 해서 비판과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그때와 달리 동아리인들은 달라진 본부의 입장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처럼 동아리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학생활의 즐거운 목표와 어울림들을 만들어가려는 자신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길 바란다.
 
이제 개강이다. 다시 활동을 모색하는 동아리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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