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으나 열악한 근로환경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근로자들에게는 정시에 퇴근하는 것과 정규 휴가 제도를 100% 활용하는 것은 꿈과 같으며 퇴근시간을 넘겨서도 업무에 시달리고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근로환경 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오랜 시간 근무하고 많은 업무량을 처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많은 근로자들이 야근을 하거나 퇴근 이후에도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안소연 복지정책 연구원은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한국의 근로환경은 선진화되지 못했다”며 “아직도 70, 80년대와 같이 오랜 시간 일하고 많은 업무량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사회정책연구원 최경아 연구원은 “과도한 업무에서 근로자들을 해방시켜 줘야 한다”며 “일에 대한 자율성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낳고 쾌적한 근로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업무 이외에 과도한 잔업처리도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과거 경제 성장기 때는 인력 부족으로 잔업처리가 근로자들의 당연한 의무였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으로 고민하는 현대 사회에서 잔업은 근로환경 수준을 저하시킬 뿐이다. 한국노동안전연구소 김수철 연구원은 “잔업 시간은 정확한 통계 자료도 없다”며 “한 근로자에 잔업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업무를 나누어 주요 업무를 처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수직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많은 기업에서 민주노동연구소 김승호 이사는 “많은 회사들이 여전히 근로자들의 복종을 강요한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근로자들이 근로환경 개선을 외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 비정규직의 증가도 근로환경의 개선을 막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이진 분석관은 “비정규직의 증가는 곧 일에 종속되는 직장인을 양산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는 근로환경 개선에 관해서 주장할 권리가 없는 약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했던 ㅈ(명지대 기계공) 씨는 “휴가는 커녕 퇴근 시간에 맞춰 집에 간 적도 손에 꼽힌다”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 명령에 복종해야하기 때문에 근로환경 개선을 꿈꾸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쾌적한 근로환경을 위해 휴가제도 안정화 및 확대 역시 필요하다. 한국 직장인은 연간 평균 8.8일을 휴가로 보내지만 OECD 가입국 중 가장 짧은 기간이다. 반면 핀란드는 세계 최장 수준인 30일을 법적 휴가로 보장받고 안식년 제도에 따라 추가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핀란드 노동법은 1년 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한 직장인에 한해 자기계발 목적으로 휴가 신청이 가능한 안식년 제도를 보장한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강준영 연구이사는 “핀란드와 인구나 세금 등의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힘들다”면서도 “핀란드를 지향해 휴가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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