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사무국장

   

  ‘성매매 여성들은 따로 있다’ 혹은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냐’는 등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국어국문 00, 졸) 사무국장조차 “‘성매매’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갖고 있는 거부감 때문에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성매매 여성을 상담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변정희 씨는 “성매매 여성들은 별나라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에요”라며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에서는 누구라도 성매매를 선택할 수 있어요”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실제 성매매 여성 중에는 부모나 가족 등의 사회적 안전망이 없거나 폭력적 경험을 겪은 경우가 많다. 정희 씨는 “자신의 처지에서 성매매 여성의 선택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의 입장과 조건을 전제하고 생각해야 해요”라고 지적한다.
 

  이곳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언니’라고 부른다. 성매매 여성 역시 상담원을 언니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호칭은 둘 사이에 자매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변 씨는 “상담원과 내담자를 수평적 관계로 보고 연대감을 강조하기 위해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활동은 그 특성상 많은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며 때때로 긴급히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변정희 씨는 “성매매 여성이 갑자기 경찰서에 체포돼 조사동행하는 경우 새벽에도 지원을 나가야 해요”라며 “그렇지만 언니들의 삶을 접하고 지원하면서 그분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고 힘을 얻어요”라고 웃어 보인다.
 

   살림에서는 성매매 피해 여성 상담뿐 아니라 이들의 사회화도 돕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도 모든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은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게 된다. 정희 씨는 “집결지 여성들 중에는 버스 타는 법을 모르거나 영화 감상과 같은 최소한의 문화도 누리지 못한 채 살아온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살림에서는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하기, 영화보기 등의 경험을 통해 삶의 동기를 심어주는 활동도 벌였다. 변 씨는 “간혹 언니들이 무기력증과 가족 부양의 이유 등 복합적인 사정으로 다시 업소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안타까워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과 경찰 단속으로 성매매가 주춤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인터넷 등 매체의 변화와 맞물려 그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변정희 씨는 “사실 성매매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해요”라며 “이는 여성에 대한 모든 억압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라고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성 해방을 위해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성매매가 근절되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라는 변정희 씨의 모습에서 그녀가 꿈꾸는 이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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