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년 동안 일한 금정회관에 도착한다. 다른 조리원 한 명과 함께 한 시간동안 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다 보니 학생들의 아침식사는 준비해도 가족들의 아침식사는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오전 8시, 아침식사를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곧바로 점심식사 준비에 들어간다. 항상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조미료도 넣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아침식사를 먹으러 오는 학생 보다 점심식사를 하는 학생들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점심식사 준비는 더 힘들다. 오늘은 금정회관을 찾는 학생들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나 거의 2500인분의 음식을 만들었다.엄청난 양의 식사를 준비하다보니 식자재를 나르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어깨가 아프고 팔이 뻐근하다. 요즘에는 시간이 갈수록 식자재를 나르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정신없이 요리를 하다 보니 하나 둘 학생들이 식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45분. 일하다가 한 번씩 고개를 들 때마다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반찬을 떠 주는 내 손길도 분주해진다. 아르바이트 학생까지 포함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15명밖에 되지 않아 점심시간에는 손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다른 조리원들은 계속해서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것이 보인다. 퇴식구에서는 바쁘게 학생들의 식판을 수거해 식기세척기에 넣고 있다.

  매일 점심시간에 금정회관을 찾는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언제 봐도 예의바르고 인사성 밝은 학생이라 만날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배식을 하는데 작지만 분명한 소리로 욕설이 들린다. 너무 놀라서 고개를 드니 앞에 선 학생이 잔뜩 굳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질로 반찬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내 자식 또래의 학생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기가 막히고 마음이 아프다.

  점심 배식이 지난 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짧은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하루 종일 일해 뭉친 어깨 근육, 잔뜩 구부려 일해 뻐근한 허리로 좁은 영양사실에 잠시 눕는다. 하지만 마냥 쉴 수는 없다. 식당에서는 여전히 쌓인 식판을 정리하고 수저를 새로 꽂아놓고 있는 다른 조리원들이 있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

  오늘은 7시에 출근했기 때문에 5시에 퇴근해야 하지만 일손이 너무 부족해 한 시간 더 일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11시간을 열심히 일해도 하루 일당은 많지 않다. 한 시간에 4310원…. 나의 시간당 수당이다. 힘든 일에 비해 적은 보수 때문에 새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옷을 갈아입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내일은 식당에 오는 모든 학생들이 고운 말투로 “이모, 조금만 더 주세요”,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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