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강준만 저

 한국 실업의 역사를 해방정국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문화적으로 기술했다.

‘다만 1940-50년대이건 오늘이건 한 가지 같은 건 있다. 이념 투쟁이나 정치 투쟁은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 ‘일자리 찾기 전쟁’ 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보듯 청년 실업률이 무려 8%에 육박한 실업문제가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해방정국에서 88만원 세대가 득실대는 오늘날까지 한국 실업 역사, 국직수난사를 다룬다.

저자는 한국사에서 중요 사건들이 ‘실업’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한다. 해방 직후 급증한 우익 청년단체는 정치적 성격이 아닌 배고픔을 해결하는 방편적 성격이 강했다고. 4·19혁명과 5·16쿠데타 역시 실업으로 인해 발생했고 더 나아가 실업이 한국인이 박정희 체제를 인내하거나 포용하게 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 후 1990년대부터 오늘날 취업 필수 요건(?)인 취업용 성형수술이 시작됐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20년 전에도 ‘외모단정, 키 160cm 이상, 몸무게 50kg 이하’라는 취업요건을 맞추기 위해 단식투쟁에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실업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생계형 프리터족, 이태백, 캥거루족 등 그 당시 자주 오르내렸던 단어들만 봐도 대학생들의 실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캥거루족은 취업준비를 이유로 몇 년이고 졸업자체를 미룬 채 자발적으로 부모 곁에 머무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는 10년이 지난 현재 대학생 현실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높아만 가는 취업문턱과 풀리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로 부정입사자가 속출했고 결국 한 부정입사자로부터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었다’는 처절한 절규를 듣는다.

이 책의 곳곳에는 그 당시 실업문제를 보여주는 기사와 사회적 분위기를 알려주는 영화 포스터 등이 숨어있다. 이로 인해 딱딱한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이 지루해질 듯싶으면 자극적인 기사들이 다시금 독자들의 활기를 북돋아준다. 그러나 1940년부터 오늘날까지 70년의 긴 실업역사를 다루는 이 책은 심도있는 내용을 더욱 깊게 파헤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을 편집한 개마고원 오정원 편집자는 “이 책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업 문제를 고찰한 것이 아니다”며 “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실업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어떤 평등을 추구해야 하는지 철학가의 자세로서 책을 편집했다”고 저자를 대신해 목적을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실업 문제가 활개를 칠 수 있는 이유는 ‘승자독식주의’가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교육비 문제 역시 해결하기 보다는 ‘내 자식을 SKY에 보내면 되지’라는 승자독식주의 생각에 젖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주의를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나눠먹자는, 즉 ‘원수와도 같이 살자’는 자세를 갖추고 실천하는 것이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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