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만화의 쇠락.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한국 만화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만큼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역시 다양했다.

그 중 전문가들은 독자들의 만화 인식 수준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만화 박물관 백수진 자료관리연구팀 팀장은 “잡지와 도서를 사서 보는 문화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예술대학 윤기헌(애니메이션) 교수도 “독자들이 ‘만화책은 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만화방이나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것이다’라는 개념이 강하다”며 “또 만화가 청소년문화, 하위문화로 인식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만화의 수입이 한국만화의 운명을 쥐고 있는 점 역시 큰 문제다. 일본만화는 세계만화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규모가 크고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다. 반면 한국의 만화시장의 여건이 좋지 못해 소재 다양화, 작가 배출 등에서 일본에 비해 뒤떨어진다. 윤기헌 교수는 “좋은 환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국만화보다 좋은 작품이 많이 배출되는 편”이라며 “도라에몽, 슬램덩크 등 이미 일본에서 히트한 작품이 수입돼 한국만화가 이를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신경순 사무국장도 “우리나라 만화작가는 모든 작업을 혼자 하는 반면 일본은 스토리작가, 그림 그리는 작가, 이를 뒤받쳐 주는 스텝 등 10명 정도의 인력이 투입된다”며 “드래곤볼의 경우 작가의 독특한 소재 발굴만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만화를 연재했던 만화잡지가 18개에서 10개로 많이 줄었고 이는 만화 시장의 축소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시장 규모의 축소로 인해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만화 구입 경로마저 축소됐다. 백수진 팀장은 “소비자들이 만화 구입 유통 경로를 찾을 수 없다”며 “가판대에서도 만화책과 잡지를 살 수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온‧오프라인에서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여점의 문제 역시 작가들의 삶을 어렵게 했다. 책이 팔리면 작가는 1권 당 인세를 받는다. 그러나 대여점은 1권의 책을 사서 여러 사람에게 대여해 주지만 그에 대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윤기헌 교수는 “웹툰 시장이 많이 활성화 됐다고 하지만 결국 웹툰 역시 무료 컨텐츠 일뿐”이라며 “결국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한국출판만화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독자의 낮은 만화 인식, 만화 잡지의 축소 등은 만화작가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보통 만화 단행본은 3,4개월에 한 번 3000부 정도 발행되는데 작가들은 책 한 권의 10%이내의 인세에 책 판매량의 제작비를 받는다. 즉 3,4개월마다 약 100만원의 수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신경순 사무국장은 “만화 잡지가 활성화됐을 때는 인세 외에도 월급 개념의 고정 수입이 있었다”며 “그러나 만화잡지의 축소로 인해 작가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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