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상임집행위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2009년 12월 이후부터 부산시청
과 한나라당 부산시당을 중심으로 노숙투쟁과 집회 참가를 해왔다. 2003년, 당시 김주익 전
지회장이 100일 이상 농성을 벌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김주익열사투쟁에서 대의원
을 역임했다. 90년도부터 지속적으로 현장 활동을 해오며, 우리사회 병폐와 열악한 노동자의 삶을 ‘살아있는 현장’에서 파악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 간 갈등과 노동자들의 농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조 측이 투쟁을 하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본래 정리해고라는 것이 회사가 경영상 정말 힘들어 앞으로 재생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시행해야하는데, 지금 한진중공업은 2008년과 2009년에 630억, 519억 순이익을 내는 등 수년 간 흑자만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잘못과 구조조정 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진중공업지회는 60여개 사회·시민단체와 함께 연대해 수년간 투쟁을 해오는 것이다.

 

당초보다 투쟁이 아닌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정리해고 대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쟁을 하더라도 더 이상 한진중공업이 회사에 희망을 가질 수 없고 2009년부터 3년째 투쟁이 이어지다보니 희망퇴직을 선택한 노동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깝고 눈물겨운 개인사정 때문에 희망퇴직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다.
사측이 1월 12일 290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2월 15일자로 해고가 단행됐다. 이 한 달이란 기간 동안 290명 중 120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노조 조합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현재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느끼신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사회 안전망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이 생산직 노동자를 무조건적으로 해고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용납이 되는 현실이 더 개탄스럽다. 근로기준법 제 24조의 근로자 해고 요건에 적시된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이 포함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노동자를 정리 해고할 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사람만 해고시키게 과연 옳은 것인가.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대한민국. 노동자를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은 부재해… ”

 

한진중공업 사태가 지니는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는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가 대한민국 자본이 이윤 추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둘째가 최소한 세계화가 되기 전까지와 지금의 차이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자본과 기술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도 국내 산업과 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셋째는 우리나라가 비정규직을 생산해내고 정리해고를 한다 할지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피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 어려움과 고통을 순전히 민중들이 다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투쟁이 결코 일반적인 정리해고 투쟁이 아닌 정리해고 투쟁이 갖고자 하는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민중들에게 무엇이 정의인지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부산지역 대학생들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알고 있다. 투쟁을 이어오시면서 감사를 표하고 싶으실 데가 많을 것 같다.
  이 투쟁이 결코 공장 내의 정리해고 투쟁이 아닌 사회로 확산되고 정말 중요한 사회문제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단체를 결성해 수개월에 걸쳐 우리의 투쟁을 외부에 알렸고 또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를 지원했다.
  그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젊은 아들딸들이 사회문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활동하는 것이 대단할 뿐이다. 그러한 순수한 밑바탕들이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까지 죽지 않았구나, 앞으로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수많은 대학생들 역시 노동자로 살게 될 텐데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전체의 1%, 소위 1등만을 원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99% 민중들의 삶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청년 사회에서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거의 대다수다. 하지만 정말 가깝게 아버지, 어머니부터 주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이 사회에 비정규직이 엄청나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정규직’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자기 자신도 훗날 비정규직 사회에 진출해 소위 2년짜리 직업에 목매일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현실이라면 지금부터 사고와 행동에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남의 일, XX 같은 정치꾼’ 등 항상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고 비난만 하고 무관심하다보니 평생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사측과의 투쟁 이외에도 정치적 개혁을 요구한다고 알고 있다.
  농성 중인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회를 열고 있는데 주요 집회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정치권의 지역 당사이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단지 노동자와 사측 간 경제적인 싸움이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우리사회 많은 부분들과 연관되어 있다. 지역과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며 국회의원을 직접 뽑았으나 과연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노사 교섭도 진행될 수 있게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사건과 관련해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여러분들도 곧 느끼시겠지만 사회에 나갔을 때 당장 눈에 드러나는 게 비정규직이 만연해 있는 점이다. 최소한 노동자가 실직됐을 때 사회 안전망 제도를 통해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최소한의 생계 조건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나.

“사방팔방에 비정규직 넘쳐나고 있어, 극소수 엘리트만 잘사는 사회에서 나머지 99%는 죽으란 말인가”


  한진중공업 사건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정말 젊은이들이 미래에 정리해고 된다면 그 이후의 대책은 어떻게 세울 것인가. 지금은 한진중공업 투쟁도 나오하는 상관없는 일 같지만 막상 자신이나 가족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면 우리들이 노숙투쟁과 농성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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