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 엘리자베스 런데이 저
잘 알려진 예술가들과 작품들,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저자는 인류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밝혀지지 않은 사적인 삶을 그대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그들의 작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그들은 이웃과 싸우기도 하고, 알코올중독이나 각종 정신 질병을 앓기도 하며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더러는 자살로 생을 끝마쳤다. 다재다능한 천재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ADD(주의집중장애) 그 자체여서 언제나 빨리 싫증을 냈다. 인상파 미술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에두아르 마네는 자신에 대해 모욕적인 글을 쓴 평론가와 결투를 벌였고, 미술사에 가히 혁명을 일으킨 빈센트 반 고흐는 광기가 극에 달했을 무렵 물감을 짜서 먹기도 한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는 친구와 함께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연루돼 절도범으로 몰리기도 했고, 드립페인팅(붓 없이 물감을 떨어뜨려 칠하는 기법)의 대가 잭슨 폴록은 죽을 때 까지 드로잉을 깨우치지 못했다. 그들의 개인적 삶은 작품만큼 위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에는 위의 예시보다 더 황당하고 비참한 삶의 모습이 많이 제시돼 있어 내용이 흥미롭다. 인물 역시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가들로 선정해 읽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실제로 예술에 무지한 필자도 그들의 대표작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작품이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내용을 풀어놓은 글이 그 재미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저자의 글쓰기가 재미없는 건지, 번역 과정에서 재미를 잃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또한 인물의 대표작들을 책의 맨 뒤에 한꺼번에 모아놓았는데, 계속해서 책장을 뒤로 넘겨 그림을 보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글을 읽고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글의 흐름에 맞춰 중간 중간 적절히 배치했으면 훨씬 즐거움이 더 해졌을 듯하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종류의 사생활을 폭로(?)한다. 하지만 저자가 단지 예술가들의 흠을 잡기위해, 그들의 업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책을 펴낸 에버리치홀딩스 원마리 편집자는 “예술가들의 감춰진 삶을 알게 되면 그들의 작품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또한 사생활을 통해 그 그림을 왜 그렸는지에 대한 이유와 배경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저자의 목적을 대신 설명했다.


  언젠가 예술을 만드는 것은 예술가가 아니라 작품을 알아보고 평가하는 ‘예술인’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떠올리며 가만히 살펴보면 세상에는 ‘예술적인 것’들로 넘쳐난다. 예술이 아닌 것이 없는 세상이다. 단지 그것을 발견하는 눈과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가지지 못했을 뿐. 뛰어난 예술가들의 숨겨진 삶을 알게 되면 그런 능력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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