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 정해진 바 없어, 주민과의 소통 없었던 탓

우리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준다면 어떨까. 최근 몇 년간 전국 각지에 마을마다 벽화나 조형물들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사업들이 꾸준히 행해져왔다. 이후 아름답게 꾸며진 마을들은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각 마을들을 찾아가는 발길 또한 크게 늘었다.


부산에도 역시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창마을,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태극도 마을, 동대신동 닥밭골 등 많은 지역에 공공미술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사후관리 및 주민들의 관심 부족 등 그들의 유명세 뒤로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린 좌담회 ‘공공미술 어디까지 왔나?’에서는 부산의 공공미술에서 나타났던 문제점과 차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좌담회를 비롯해 그동안 공공미술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어왔지만 문제점들이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공공미술은 대부분 관주도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문제점으로 꼽은 문화이론가 김동규(철학) 강사는 “주민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공공미술이 제대로 작용했다면 주민들의 관심도와 인식도 바뀌었을 것”이라며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각종 매스컴에 자주 소개돼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안창마을의 주민들은 그들의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50여 년간 안창마을에 거주했다는 이찬웅(범일4동, 52) 씨는 “내가 직접 관에 찾아가 건의를 해도 바뀐 것이 없었다”며 “마을을 꾸미려면 주민들 이야기도 들어줘야 할 텐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림에 페인트칠이 벗겨지는 등 관리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데 쉽게 이루어지지가 않는다. 안창마을의 방문객인 오현경(제주여중 3) 양은 “기대를 많이 하고 부산까지 왔는데 관리가 부족한 것 같아 약간 실망스러워요”라고 말했다. 벽화가 그려진 한 식당의 주인인 김건순(범일4동, 57세) 씨는 “주민들이 요청한 게 아니라서 개인들이 관리하기는 힘들지”라며 “더러워지면 내가 페인트칠 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이나 구체적인 방침 등은 아직도 제대로 정해진 바가 없다. 안창마을 사업을 신청한 동구 종합사회복지관의 황은혜 팀장은 “모두의 소유물이기도 하지만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벽화의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기관에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밝혔다.

사실 공공미술의 사후관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작가가 그 마을에 직접 거주하며 기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공미술 교육을 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김동규 강사는 “부산의 공공미술에서는 부산만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공미술을 통해 안창마을을 꾸몄던 ‘안창고 프로젝트’의 서상호 예술 감독은 “재작업에 대한 고민들이 순전히 작가의 몫으로 돌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성숙한 시민사회구현과 더불어 공공미술이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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