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익숙지 못한 청나라 군대와의 항쟁에는 서해의 거센 물살이 방어벽이 되는 강화도가 제격이었다. 이런 강화도를 두고 인조와 조정의 중심세력은 청의 침략 기미를 알아채고도 미적거리다 옹색하게도 남한산성에 진을 쳐야 했다. 전쟁 준비도 없이 명분만 앞세워 ‘오랑캐’ 청을 배척하다 취해진 궁여지책이었다. 강화도로 도망칠 여력도 없었던 것이다. 대신 강화도에는 소현세자와 왕족과 비빈, 그리고 유력 가문의 인사들이 피난을 갔다. 물론 수비 병력도 배치됐다. 강화도 수비의 총책임자는 검찰사 김경징으로 당대 최고실력자 김류의 아들이었다. 검
인종차별, 인신공격, 비속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폭언과 의자 던지기, 뺨 때리기 등의 물리적 폭력, 은근한 협박과 파렴치한 거짓말, 심지어는 보복까지 모든 악덕을 죄다 구비한 인간이 있다. 그는 뉴욕 최고의 음악학교의 교수 플래처. 살인과 칭찬 빼곤 다하는 그 앞에 전도유망한 미래의 청년뮤지션들이 사시나무 떨듯 바들거린다. 앤드류도 그 중 하나다. 플래처에게 발굴되어 학교 최고의 재즈밴드의 일원이 된 그는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드러머다. 어느 날 플래처는 드럼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앤드류의 머리를 향해 접이식
주변을 돌아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후회와 비교의 늪에 빠져 좌절과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비교에 빠진 사람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어디서 찾는가 하는 물음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있어 즐거움이란 비교우위에서 비롯된다. ‘내가 누구보다 어떤 능력적인 차원에서 더 월등하다’는 평가와 동시에 주어지는 물질적(소위 속물이라 칭하는), 능력의 대가성의 돈, 명예가 그들에게는 즐거움이다. 많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현대 사회를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본주의와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지금, 인간을 누군가의 수단, 시
최근 어린이집 교사들의 아동학대와 관련한 사건들이 이슈가 되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보육·교육시설을 이용하는 데 대해 불안과 걱정을 토로하고 교육이 바로서지 못한 점을 한탄하는 기사도 여러 번 접했다. 사실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를 존중하지 않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는 교수자에 관한 기사는 특정 시기에 집중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대중매체의 보급과 함께 적지 않게 거론되었고, 인터넷과 모바일 SNS 기능이 보급·확산되면서부터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하다는 평가를 내릴만한 사안은 그 내용이 더 부각되는 것
지난 겨울 프랑스 파리 7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중 강의실 밖에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재밌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 이유를 대학 관계자에게 물었다. 학생이 교수보다 먼저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강의실 밖에서 교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매우 낯선 광경이라고 생각했지만, 학생 조합이 직접 저명한 학자를 교수로 모셔 강의를 듣던 것이 유럽 대학의 모태라는 사실을 고려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가르치는 교수에
▲1985년 4월 8일자 900호총학생회 회칙 시안이 만들어지다지난 1985년 4월 4일, 학생총회에서 총학생회 회칙 시안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회칙은 학교와의 협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대응했습니다. 학생들이 단식 투쟁까지 벌이며 만들었던 회칙이 오늘날에는 학생과 학생회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있네요. 하루빨리 학생의 관심 속에서 회칙이 개정되길 바랍니다!▲1994년 4월 11일자 제1074호시험기간 족보 찾기 이제 그만!중간고사 기간이 되자 시험대비용 노트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학문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학교 구조조정을 비롯한 주요정책이 교육부와 언론사의 평가지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주인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학은 대학 밖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방책마련에는 고심하지만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본질적인 역할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진지하게 할 여유가 없는 성싶다. 교육부가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지표로 삼으니 대학은 학생 취업률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고, 교육부 장관까지
지난 1일은 가벼운 장난이나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날, 만우절이었다. 하지만 거짓말 대신 특별한 이벤트로 만우절을 보낸 학과가 있어 직접 찾아가 봤다. 대기환경과학과가 진행한 만우절 이벤트는 ‘집행부를 잡아라’였다. 젖소, 기린, 캥거루 등의 동물 잠옷을 입은 집행부 학생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행사였다. 동물 잠옷을 입고 학교 안을 돌아다녀야 해 처음에는 머뭇거리기도 했다. 한교준(대기환경과학 13) 씨는 “동물 옷 입는 것을 꺼렸었다”며 “하지만 학생들과 사진도 함께 찍고 다른 선배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재밌었고 좋은 추
"내가 4급 보좌관인데, 이름이 뭐냐"▲불법 유턴을 하다 단속에 걸린 새누리당 소속 4급 보좌관이 단속 경찰관에게 한 말. 김문수 도지사에서 시작된 관등성명 묻는 역병이 보좌관에게까지 퍼졌나 봅니다. "한 학기에만 몇 만원이 나간다"▲행사에 참가하지 않으면 불참비를 걷는 몇몇 학과 학생들의 불만. 행사에 불참할 권리는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이군요.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의 돈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불편한 진실. "세월호를 인양하면 사람만 다치므로 아이들은 가슴에 묻어두자"▲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세월호의 인양 하는 대
최근 필자가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제에 대해 고민하며 앞선 기사들을 읽고 있던 중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의 문장을 보았다. 바로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대학원은 당연히 자신의 꿈을 위한 공부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런 내용은 필자에게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을 찾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저 더 나은 중·고등·대학교에 가기위한 준비과정이다. 특별활동이라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한 달에 한 시간 정도의 비중으로 형식적
지난해 11월, 사회과학대학(이하 사회대) 행정실은 해방도깨비(이하 해도비)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에 대해 퇴거 조치를 내렸다. 현재 해도비의 점유 공간은 옥상으로 통하는 공간에 간이 벽을 둔 것인데 이 부분이 소방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도비 손광모 회장은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회대 학생회도 지난 9일에 있었던 7차 단과대학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여 대체 공간을 찾기 위한 유예기간을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공간이 사라질 해도비에겐, 오는 7월 16일까지의 유예기간이 주어졌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는 단연 였다. 실제 우주를 보는듯한 스펙터클한 SF영상과 시공을 넘나드는 스토리 구성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영화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점차 악화되는 기후와 지구환경 때문에 재배 가능한 식물이 하루하루 줄어들고, 엄청난 규모의 병충해로 밀, 옥수수와 같은 주요 작물이 멸종되기 시작한다. 식량 부족으로 교육, 산업 등 사회체계는 온통 농업 중심으로 변화한다. 이즈음, 전직 우주비행사인 한 농부가 NASA의 요청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가족을 남겨두고 목숨을 건 우주탐사를 떠난
‘페르낭 레제’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로, 파리 줄리앙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일찍이 인상파와 야수파에 영향을 받았으나 1907년경 파리의 ‘싸롱 도톤느’에서 세잔의 회고전을 보고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큐비즘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큐비즘이란 20세기 초 회화를 비롯해 건축, 조각 등 국제적으로 전파된 미술 운동이다. 세잔의 3차원적 시각을 통해 대상을 표면에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레제는 강렬한 색채의 대비, 곡선과 직선의 대비, 입체와 평면의 대비를 극대화 하여 큐비즘의 효과를 극대화 하는 데 성공하였
선배가 말했다. 그곳(동대신문사)에서 3년을 보낸 이유는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동료 기자들과의 의견 마찰, 대학본부와의 공방…. 그 모든 충돌들이 공부였다고. 그래서 ‘동대신문’은 그에게 ‘대학 그 자체’였다고. 그런 동대신문이 65년 역사상 처음으로 ‘발행 중지’를 당했다. 유신, 5공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심지어 이런 전근대적 사태가 신문방송학과 교수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동국대는 지금, 총장 선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교 종립대학인 동국대는 총장 선출 시기마다 알게 모르
오늘날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의 수많은 명문대학들이 국제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들은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해 중국, 인도를 직접 방문해 신입생 설명회를 가지거나 인터넷 화상통화 시스템인 스카이프를 이용해 해외 지원자들과 직접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대학들이 외국인 학생들의 모집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등록금 수입 때문이다. 연간 학비가 3만5000달러가 넘는 유학비용은 캠퍼스 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이러한 외국인 학생 유치 노력의 결과 지난해 가을 UC에 지원한 외국인
우리에게 뱅자맹 콩스탕(Benjamin Constant de Rebecque, 1767~1830)은 자전적인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전개한 심리소설 ‘아돌프’(Adolphe, 1815)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자유주의의 본성을 탐색하는 분위기가 증대하면서 그의 정치사상이 재평가 받고 있다. 콩스탕의 사상은 혁명과 독재와 왕정복고의 현실에서 동요하는 지식인의 모색을 표현한다. 로베스피에르를 처형한 도덕성이 결여된 테르미도르 반동의 권력을 옹호하면서 출발한 콩스탕의 정치이론은 현실에서 부르주아들의 이익을 관철 시키려는 자유주의의 측면과,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