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교양 수업에서 조별과제를 받았다. 5명이 같은 조였는데, 철수가 조장을 맡았다. 철수는 토요일 오후 1시에 모여서 과제에 대해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다들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휴대폰 메신저로 의견을 하나씩 제시해 보라고 했지만 다들 묵묵부답. 철수는 화가 났지만, 하는 수 없이 자기 혼자서 과제 발표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과제 발표 당일에도 자기가 발표까지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발표가 끝나고 벌어졌다. 조원들이 과제 준비가 완벽하지 못하다며 질타하는 것이다. 철수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때는 늦었고
철학 관련 잡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을 본다’는 주제의 글이 눈에 띄었다. 불길한 제목 : K팝스타를 통해서 본 취업뽀개기. 세상에나. ‘내 시절에는 나라 걱정도 하고 낭만도 즐겼다만 너희는 학점에 영어에 자격증에 스펙 등등 취업 준비에 바쁘구나. 하지만 회사에서는 딱히 뽑을 사람이 없지! 왜일까? 그건 너희의 특징이 없어서야!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집착하지 말고, K팝스타의 핫한 신인들처럼 너희의 개성을 살리란 말이야!’ 글쓴이는 자신의 제자는 영문과를 졸업했는데도 영어를 못해서, 면접관에게 ‘저는 대신 술을 잘 마셔
악기 중에 가장 매혹적인 악기를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드럼을 들고 싶다. 드럼은 타악기 중 다양한 감정의 폭을 재현 가능하며, 따라서 유일하게 오랜 시간 독주가 가능한 타악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 연주가들이나 악기 전문가들의 비웃음이나 분노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드럼 사랑을 최대한 충족시켜주는 영화가 최근 국내에 개봉되었다.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였던 화제의 영화 가 바로 그 영화이다. 필자도 지난주에
역사적 의의 ‘통신사’는 본래 믿음을 통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웃 나라에 보내는 사신의 명칭이다. 1607년 조선이 임진왜란의 상흔을 넘어 에도막부에 회답겸쇄환사 파견을 받아들인 이래 총 12차례 조선 사신이 일본을 방문했고 1636년부터는 포로를 데리고 온다는 의미의 쇄환사라는 명칭을 버리고 통신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막부 쇼군의 즉위를 축하하는 것이 공식적인 파견 목적이었다. 일본 쪽에서는 외국사절의 방문을 통해 쇼군의 위신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고, 조선으로서는 일본과의 외교를 유지함으로써 일본의 재침을 방지
누군가의 행동을 고치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처음에는 대화를 통해 달래보기도 하고 호통도 쳐가면서 행동을 유도한다. 다음에는 회유하는 방법도 써본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안 된다면, 강력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본교 수원대에서 이뤄진 등록금 문제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본교에서 등록금 반환 소송이 일어난 것의 계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한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내 게시판인 의견나눔터에 ‘우리는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는 글을 올린 후부터였다. 그 후로 ‘건물이 낙후되어 있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한반도 국제정세는 되돌리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분단과 북핵 문제로 인해 지구 상에 유일하게 냉전질서가 유지되어 온 한반도에 미중 패권경쟁과 한일, 중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지정학은 ‘시계제’로 상황으로 빨려든 것이다. 한반도 상황이 이리된 근본원인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강한 견제 그리고 이 가운데 발생한 기존 동맹과 세력균형의 재편과정에 있다. 특히 중국의 빠른 부상은 두 측면에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최근 중국 연구진이 실시한 ‘금단의 연구’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뜨겁다. 바로 ‘사람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연구’다. 지난달 18일, 저널에 중국 중산대학교 황준쥬 박사와 연구진이 86개의 사람 배아를 사용해서 베타지중해성 빈혈이라는 유전 질환 유발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사람의 유전자에 손을 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일명 ‘맞춤 아기(designer baby)’다. 영화 에서부터 와 에 이
수업시간에 하길종 감독의 영화 을 봤다. 1975년에 나온 영화는 소설가 최인호가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철학과 1학년인 병태와 영철은 단짝 친구다. 함께 미팅에 나가고, 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며, 목욕탕에 들러 서로의 등을 밀어준다. 선후배들과 내기 당구를 치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시며, 과 대항 축구대회도 나간다. 취업과 연애, 군대와 학점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은 40년이 지난 2015년의 대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동해에 고래가 있나요?
옛말에 ‘김치 없이는 못살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김치는 그 어떤 반찬보다도 중요한 존재였다. 시간이 흘러 우리네 밥상에 이국적인 음식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김치는 여전히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김치는 담그는 방법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데. 김치가 발효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김치는 채소에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어 발효한 유산균 발효식품으로 2006년 미국 잡지에 올리브, 콩식품, 요구르트, 렌틸콩과 함께 추천된 세계 5대 건강식
언젠가부터 우리학교는 숫자로 존재하고 있다. 한 번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보자. 특정 신문이 평가한 세계대학 평가 순위 및 전국대학 평가 순위, 국내 그룹 임원 배출 순위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클릭하자 몇몇 학과의 평가가 등장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줄곧 메인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뿐이다. 우리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멋진 구성원들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사람이 빠진 숫자들, 이것이 우리의 낯뜨거운 민낯이다.숫자는 산만하게 흩어진 사물들을 정돈해준다.
‘호안 미로(Joan Miro)’는 스페인 바로셀로나 시립 미술학교 출신으로, 20세기 초 서구 미술 화단을 지배했던 화가이다. 야수파, 입체파,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피카소와 동시대에 살면서 깊은 친교를 가졌으며 스페인 내전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라는 제목의 벽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파리에 거주하면서 이 작품을 제작하여 파리만국박람회 스페인 공화국관에서 발표했다. 이후 1940년대에 이르러 제 2차 대전의 전란 중에도 를 연작했다. 별, 여자, 새 등 상형문자적 형상을 구사하여 유아
무역은 교환을 의미하는 말이다. 무(貿)자도 역(易)자도 모두 바꾼다는 뜻이다. 인간이 무역을 할 수 없었다면 인간의 삶은 결코 오늘날처럼 풍요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수렵·채취 활동에 의존해 삶을 꾸려가던 시절, 개인이나 소집단이 스스로 획득할 수 있는 물적 자원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농경과 무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까지 다들 근근이 살아남았다. 교환무역의 역사는 원시공동체 사회로까지 소급할 수 있지만, 무역은 상황에 따라 거래가 되기도 하고 약탈이 되기도했다. 바이킹(Viking)이 약탈자였는지 무역상인이었는지 구분하기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드라마는 ‘여자들의 전쟁’, 엄밀히 말하면, 여자들‘간(間)’의 전쟁이 주를 이룬다. ‘좋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드라마가 여기에 해당되며, 특히 이와 같은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하다. 드라마 속 여성들은 가족이라는 커뮤니티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녀들에게 가정에서 벗어난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시청자들이 비교적 쉽게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드라마 제작이 눈에 띄게 늘
만물이 되살아나는 생명의 계절, 4월이다. 꼭 일 년 전, 세월호가 침몰했던, 우리 모두가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생명들이 대책 없이 수장당했던, 그 4월이 돌아왔다. 그러나 여태 어두운 바닷속에 그대로 남겨져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져 가고, 이 모두를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보여준 대응이다. 기껏해야 몇몇 책임자를 찍어 쫓아 처벌하고, 언제나 그렇듯 관련된 비리 몇 건을 밝힌 것이 고작이다.
제주의 4월은 온갖 봄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시기이지만, 제주민에게 4월은 온갖 묻어둔 상처가 쓰라리게 되살아나는 아픔의 시간이다. 제주는 해방 이후 남한에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끝까지 저항했던 지역이다. 거대 세력에 저항한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미군과 대한민국의 초대 정부의 무차별 탄압으로 제주도민의 10퍼센트가 목숨을 잃었다. 4·3이라는 비극은 1948년 4월 3일에 벌어진 사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제주4·3사건 특별법은 4·3을 이렇게 규정한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이사를 간다. 며칠 전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발걸음소리 때문에 깼고,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오히려 내 쪽에서,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단 말까지 여러 차례 하며 괴로움과 곤란함을 거의 호소했건만 나를 대하는 그쪽의 시선이며 표정이, 말이 도저히 안 통할 것임이 확연한지라 그 길로 이사를 결심했다. 얼마 전 이사 나간 그 전 사람들도 걸음이 조심스럽지는 않아서 우리 집에 앉아서도 위쪽 사람들의 동선이 자세히 파악되긴 했지만 아마도 곧 이사 들어 올 이번 사람들의 걸음소리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아파트 층
하늘이 푸른 이유는 우리들 마음을 맑고 푸르게 가꾸라는 조물주의 의도 때문인가? 이에 대해 과학적 답변을 하기 전에 우선 지난 번 같이 화성 여행이나 하고 오자. 2004년 미국 우주항공국이 화성에 착륙시킨 스피릿과 어포튜니티란 쌍둥이 화성탐사 로봇이 지구로 보낸 사진 중에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있는 사진이 있었다. 태양의 위치로 보아 해지기 직전이나 해 뜬 직후의 장면이다. 화성의 표면이란 것이 지구의 사막 지대와 그다지 다르지 않아 지형만으로는 이 사진이 화성에서 찍은 사진임을 주장할 수 없는데 천문학자는 이 사진이 화성의 경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