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교정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다소 유치한 로망으로 시작한 나의 부대방송국PUBS 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 만은 않았다.교내 구석구석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한 스피커는 배터리 문제로 내가 입학하기도 전인 2019년부터 정상적인 방송 송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학우들에게 도달하기 쉬운 콘텐츠였던 오디오 콘텐츠는 애써 만들어 놔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방송이 되어 버렸다. 나를 포함한 당시 국원들은 아무도 소비하지 ‘못’하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회의감이나 허
글쓰기에 대한 책을 출간한 이후, 관련된 강의에서 거의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나요?”이다. 그러면 나는 항상 먼저 ‘작가’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따라 어떻게 되는지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작가의 정의는 비교적 명확했다. 신문이나 잡지 지면 등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던 시절에는, 일단 등단을 통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신문 등에 칼럼을 실어서 글을 ‘공표’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작가가 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혹은 출판이 비교적 까다로웠던 시절에는 출판 자체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그러나 책의 날이 제정된 지 30년도 되지 않은 지금, 책을 향한 관심은 줄고만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47.5%, 연간 독서량은 4.5권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SNS에 있다. SNS에 최적화된 짧은 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긴 글인 책을 읽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KT경제경영연구소와 DMC미디어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SNS 이용률은 87%다. 따라서 정보 제공자는 대다수가 사용하는 SNS
“백만볼트!” 요즘 다시 유행하는 포켓몬 빵, 백만볼트가 대표 포켓몬인 피카츄의 기술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란 꼬리에서 나가는 노란 빛의 전기, 어릴 땐 귀여움에 빠져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전기는 과연 노란색일까?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드물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를 들고 다니고 있다.‘전기와 관련된 위인’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토마스 에디슨을 떠오른다. 에디슨은 1879년 실용적인 전구를 발명한 위대한 발명가이자 직류전류를 공급하여 전구, 모터, 발전기 등을 산업 전반에 퍼뜨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타기 선전전은 4호선 충무로역 하선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4호선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안내 사항이다. 이어진 문장은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사실’을 이어 붙인 문장은 찜찜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열차 운행 지연의 책임이 전부 저 시위에 있다는 듯 한 이 안내사항은 그렇지 않은 ‘진실’을 호도한다. 아마 무심코 안내사항을 읽은 시민들도 퇴근길 눈살을 찌푸렸
한국 사회의 수도권 과밀화는 망국적 상태에 이르렀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에 모여 살고, 사회의 부와 상당수의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집중화의 문제는 부동산 문제, 지나친 경쟁의 심화, 저출생, 도시밀집, 미세먼지 등 여러 사회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저출생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청년 인구 역시 줄어드는데, 지방의 청년인구 감소는 대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어 폐교 및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지역균형에 대한 관심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는 하지만, 이는 산업 재배치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 114주년을 맞이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전 미국에서 여성들은 "빵과 장미를 달라”고 요구했다. 2022년 3월 8일, 전 세계에서 빵과 장미를 나누는 행사가 열렸다. 나와 친구들은 SNS상에서 빵과 장미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으로 작게나마 이 날을 기념했다. 여성의 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1908년부터 뉴욕에서 가두행진을 진행했고 그 이전에도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신장 운동은 존재했다. 뉴욕 트라이앵글 블라우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5
우리 시대에 SNS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증의 대상이다. SNS에서는 연예인이나 샐럽 등 인플루언서의 삶을 어디에서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자기의 삶도 아름답게 전시할 수 있다. 나아가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면 실제 인생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소소한 홍보 영업을 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한 업계의 스타가 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여행지나 맛집, 상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만 본다면, SNS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그러나 SNS가 주는 불행감이나 우울감 또한 적지 않다. SN
45억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 지구는 천연자원의 보고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다양한 자원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구의 천연자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18세기 중반 석탄을 이용하는 증기기관의 개발과 함께 산업의 발전이 곧 혁명이라 불리던 시기부터다. 사람들은 새롭고 효율이 좋은 각종 천연자원에 목말라 했고 지구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우리 곁에 존재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이어진 2차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안겨주었다. 19세기 중반 독일의 엔지니어 고트리프 다임러(Got
부산대학교 언론사 'Channel PNU' 오픈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부산대학교 언론사는 시대정신과 대학정신으로 대학 저널리즘을 대표하며 부산대학교 76년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대학의 소통 채널로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통찰력 있는 기획과 뉴스 분석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 왔습니다. 부산대학교 언론사가 언론의 정도를 걸으며 우리 효원인들과 함께 한 축적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고비와 도전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위기가 급격하게 앞당겨진 디지털 환경에서 다매체·다채널을 통한 소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1년, 나는 ‘효원헤럴드’에 입사했다. 나는 당시 개강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만 알았던 예상과 달리 내내 난항이었다. 다음 호를 수습기자 5명을 포함한 총 7명이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휴간이 불가피하다는 결정에 이르렀다. 이후 수습기자 5명을 확충한 뒤에야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름 방학에는 열 명 남짓한 기자들이 수많은 연습을 거쳤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자리를 잡는 줄로만 알았다. 2학기에는 학기 중 월간으로 발간하던 신문을 한
국제신문은 지난달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부산지역위원회(부산대언넷)와 동아대·부경대·부산가톨릭대·한국해양대 등 지역 4개 대학 학보사와 함께 ‘2020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부산지역 대학생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공동으로 설문조사 문항을 설정하고 설문 응답을 받아 이를 분석하고 추가 인터뷰까지 진행해 ‘대선, 부산 MZ세대 속마음’이라는 총 4편의 시리즈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이번 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중요하게 여기는 2030 세대가 바라보는 선거와 후보, 지역·청년 공약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청년이 이렇게 많이 언급되는 선거, 이전에 보셨나요?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불리던 세대, 그간 청년은 주로 선거의 결과인 숫자(투표율)로 언급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이전과 달리 청년이 선거 최대 화두가 된 유례 없던 선거, 청년의 삶이 언급되기 시작한 선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청년이 겪는 사회문제가 장기화하고, 코로나19로 더 열악해진 현실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간 청년의 의견이 우리 사회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청년들이 만들어낸 모습이기도 합니다.2017년 부산에는 청년의 시정참여를 위해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부
우연한 기회에 올해 3월부터 부대신문, 부대방송국, 효원헤럴드를 통합하는 새로운 미디어 ‘채널PNU’가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조용했던 우리 부산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벌써 들뜬 기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 매체나 SNS와 같은 미디어가 없었던 대학시절, 우리는 대학 신문이나 대학 방송국의 소식들을 통해 학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학교나 지역의 발전은 물론 나아가 국가나 세계를 위한 고민들을 공유하곤 하였다. 점심시간이나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흘러나오는
실험에서 이론적으로 추측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큰 차이를 가진다. 하지만 대상이 작아짐에 따라 정확한 관찰은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비가 바로 현미경이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현미경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얀 몸체에 까만 쌍안경이 달린 형태이다. 이 형태는 대부분 빛을 이용하는 광학 현미경인데, 카메라 렌즈와 대상물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여 초점을 맞춘다. 빛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조작법도 간단해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용하기도 쉽다. 최대 관찰 배율은 약 1000배로 이는 식물의 세포를
코로나 19의 유행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외쳤다. 상호협력과 사회적 연대 만이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발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이전해 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한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도 임대료를 큰 폭으로 낮추어 주는 건물주의 사례와 같이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2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같은 기관에서 진행한 2021년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힌 후에는 종종 텔레비전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 전에는 마추픽추 편이 방영되었는데, 몇 해 전 가본 곳이라 반가웠다. 마추픽추는 유적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가는 길이 유난히 험난했던 기억이 났다.남미는 워낙 먼 곳이라 전문 여행자도 벼르고 별러야 겨우 갈 수 있는 험지로 알려져 있다. 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최대한 편한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부산에서 서울, 미국 휴스턴, 페루의 리마, 쿠스코로 이어지는 긴 비행이 시작되었다. 10시간이 넘는 태평양 횡단 비행 끝에 휴스턴 공항에 내리니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공 광장으로 그곳에서 시민들의 경제생활과 예술 활동 등이 이루어졌다. 나는 현대의 아고라는 ‘지역 서점’이라 생각한다. 지역 서점은 독서 공중의 형성과 여러 가지 주제를 논하는 공론장의 기능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창작자들을 알리고 한정된 독립출판물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신진 작가나 마이너 부류의 책을 쓰는 작가들을 독자와 이어주는 교류의 장이 되어왔다.하지만 원도심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자산 책방 골목인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서점들
한동안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소설의 무대는 늘 미국 남부 미시시피나 루이지애나주의 소도시였다. 그러다가 소설의 배경이 해외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 첫 무대는 이탈리아의 볼로냐였다. 국제적인 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신분을 위장한 채 볼로냐에서 숨어 지내면서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고풍스런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첩보 스릴러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당시 첫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시간을 내 꼭 한번 그곳을 방문하고 싶어졌다.마침 연구년이기도 해서 그 여행은 기간을
7년 전의 일이다. 한 선배가 있었다. 그는 소위 발로 뛰는 기자였다. 현장에 제 몸을 던지는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르포를 참 잘 썼다. 대학 새내기에 수습기자였던 나에게 그는 참 멋있어 보였다. 5월의 어느 날, 회식을 마치고 그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탔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그는 자조하듯 내게 물었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X 빠지게 기사 써봐야 아무도 안 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그때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두어 달 후 그 선배는 을 그만뒀다. 몇 해가 지나고 나서 그가 모두 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