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A는 a를 양육한다. A와 a는 함께 식당에 갔다. a가 식당에서 뛰어다니자 A가 “뛰면 안 돼!”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뛰지 않았다.상황 2. A는 혼자 미술관에 갔다. A가 작품을 만지려고 하자 미술관 직원 B가 “만지면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A는 그 말을 듣고 만지지 않았다.이 두 상황은 근대 이후 일상생활과 인간관계에 미세하게 침투하고 있는 미시 권력의 형태를 보여 준다. 종교와 국가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던 근대 이전의 권력은 15세기 이후 근대의 합리적 이성이라는 힘을 통해 보편적 진리와 타당한
유튜브 채널 ‘더 바빌론 비’에 출연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메타버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활용 사례가 없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62.8%에서 올해 47.2%로 지난 1년 사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열리며 주목받은 메타버스는 최근 곳곳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사실 메타버스는 ‘전례 없는 혁신적인 신기술’이 아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사회적 참사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비용절감이 위험을 가중시키기도 하고, 시스템 미비 혹은 운영 주체들의 무책임이 중첩되어 참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적 참사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참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과거의 참사를 덮어두기만 해서는 결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수사당국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1차 원인은 사회 부적응자의 방화이고, 2차 원인은 대구지하철 노
솔로몬의 판결에 대해 아는가. 성서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지혜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두고 자신의 자식이라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다.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는 명령으로 모성애를 확인한 그의 명철은 흠잡을 곳이 없어 모두를 승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해법(解法)’이 나왔다고 한다.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안’이 과연 해법(解法)인지 의문이다. 제3자 변제는 일본 가해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국내 기업이 대신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1906년, 1907년 빛과 물질의 확산이론까지 연이어 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대학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자리까지 얻게 된다. 빛 관련 광전이론으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까지 수상한다.그런 그에게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어떤 문제인지도 정확하게 실상이 드러나지 않았고 알 듯 말 듯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하니 그 답은 요원해 보였다.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세상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을 뉴턴의 후계자라고 불렀다. 그의 이론은 수학적으로 확고하고 한치의 오차도
최근 몇 년 동안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실시하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21년 결과에 따르면 국민 25%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는 동물이 나오는 컨텐츠가 넘쳐나고 관련 산업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동물의 처우가 그만큼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유실·유기동물의 숫자는 2021년 기준 11만8천 마리를 넘었고 이 중 절반이 보호소에서 죽거나 안락사 당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동물학대 처벌 기준이 3년 이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ENA드라마 9화 중)작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 인기 드라마에 나온 선언문이다. 방영 당시 출연했던 배우와 더불어 그 스토리까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에피소드이다. ‘어린이 해방본부 총사령관’이 당최 무엇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꽤나 근사한 직책처럼 들린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저 대사는, 그조차 어른들이
특권. 특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고위 관직의 자녀라고 하여 허위 스펙으로 장학생에 오른다거나, 부모가 교직원인 신분을 이용해 그들만의 교육 사다리를 놓는 그런 행위들이 떠오르는가? 물론, 누군가는 이 두 행위를 두고 특권이라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불가능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능하니까.하지만, 우리는 다른 의미의 특권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권리가 아닌,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에 대하여. 특권이 특별한 권리를 의미하는 말이기는 하나, 실은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니다. 약속
지난 한 해간 우리는 죽은 대학 언론을 소생하기 위해 사명을 다했다. 분리된 세 매체를 합치고 구시대적 잔재를 지우고자 몸부림쳤다. 생존을 위해 과감히 선택한 새 이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많은 수습기자가 들어왔고 이전만큼 인력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기자들은 학내 유일무이 언론 기구라는 명명 아래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 학교 곳곳을 속속들이 파고들었다.보도하지 않으면 어물쩍 넘어갈 일이었다. 실제로 취재의 필요에 공감치 못해 언론이라는 명칭에 지레 겁먹거나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 대학의 치부를 캐내는 것처럼
2017년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교 3학년 홍수연 양이 자살을 했다. 현장실습으로 나간 LG유플러스 콜센터 LB휴넷에서 그가 했던 일은 고객들의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일이었다. 계약 해지 요청을 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위약금 강조하기, 새 상품 홍보하기, 전화 돌리기 등을 통해서 계약 해지를 막는 일이 그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그의 죽음이 정말로 일 때문일까? 그렇게 일이 힘들었다면, 일을 그만두면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무심코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질문들은 현장실습생들이 마주해야만 하는 현실을 모두 외면하는 질문들이다. 영화
산업혁명→교육혁명→창작혁명→창업혁명→산업혁명으로 순환되는 ‘문화콘텐츠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구조가 실시간으로 급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이전의 문화콘텐츠 창작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가 양성되기까지는 학사→석사→박사 과정 또는 학사→산업체 경력 5년 이상까지 10여 년의 숙련된 경험 축적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덕분에 문화콘텐츠 창작 분야의 전문가 양성 기간이 혁명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동시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창작 과정이 자
또 다른 겨울이다. 부산대학교 언론사의 재기를 기대하며 모였던 그 겨울로 되돌아올 때까지 나는 일 년간 ‘효원헤럴드’ 편집국장의 자리에서 내일을 준비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홈페이지 리뉴얼부터 SNS, 내부규정 등 어디 한 군데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조금은 막막했던 때도 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통합’이라는 목표는 손에 닿을 듯 말 듯 멀기만 했다. 혼란스럽던 초반에는 잡음도 있었다.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는 서로를 볼 수 없었고, 같이 일해본 적 없는 기자들이 ‘함께’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
가을밤 불꽃축제는 다양한 모양과 아름다운 색깔의 불꽃(firework)으로 연출된 대형 공연으로 관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밤하늘에 쏘아 올리는 화합물로 연출된 인공 불꽃이 아닌 자연이 만드는 불꽃 무리가 유성우(meteor shower)이다. 스타워즈 드라마 의 제6화 ‘알다니의 눈’에서는 유성우라는 천문현상을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과 압도적인 그래픽 영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행성 알다니(Aldhani)에 3년마다 나타나는 유성우와 함께 아름다운 천문현상을 보고 있는 원주민들의 감정과 표정이 영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노동문제라는 유령이. 우리나라에서 노동문제는 도통 사람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이어서 유령과 같다. 매일 노동 일상에서 사고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전무하다.지난 11월 5일과 7일 노동자들이 아무 의미 없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무리하게 2인 1조로 작업하다 화물열차에 깔렸고, 광주시의 노동자가 1.8t의 철제 코일에 깔렸다. 이틀 간격으로 일어난 이 두 참사의 피해자들은 각각 33세, 24세였다. 자본가가
보도 위를 구르는 색색 단풍잎 속에서 문득 이곳이 고생대의 숲이었음을 기억해낸다. 우리의 삶은 과거 선택들이 적층된 서로 다른 무한대의 겹으로 중첩되어 있다. 빛과 물질이 ‘입자면서 동시에 파동’임을 입증한 양자역학의 개념처럼 말이다. 한 장면에 무수한 풍경들이 공존하고 동시에 여러 가능성이 작동한다. 몸 안의 DNA가 가진 무수한 시공의 겹, 그것이 생명의 결이다.모든 사건은 기실 무한한 적층을 이루며 도도히 흘러간다. 동시에 존재하며 부재하는 시간과 공간, 그 속에 굽이치며 방향과 깊이를 만드는 물결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네이처링(naturing)’이라는 앱이 있다. 접속 후 ‘추천 미션’ 카테고리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라는 제목의 미션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관찰기록’ 탭을 다시 클릭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지도가 나타난다. 무수히 많은 새 모양의 기호들로 빼곡하게 덮인 지도이다. 이 기호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조류충돌(bird strike)’이 발생한 장소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조류충돌은 사실 최근 등장한 용어는 아니다. 비행기의 이착륙과 운항 중 날아드는 조류로 인한 사고를 지칭하는 용어로 그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
지난해 말 우리 대학 언론사와 총학생회는 비슷한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캠퍼스는 한산해졌고, 학생들은 우리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천천히 잊어갔기 때문이다. 67년을 버텨온 부대신문이 발행을 멈춘 데 이어, 총학생회도 54년 만에 후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대신문은 다른 학내 언론과 통합해 재도약했으며, 총학생회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다행히 학생 사회를 상징하는 문창회관에서 빛이 사라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올 한해 총학생회 외에도 여러 학생회
최근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다. 핼러윈을 맞이해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모이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하루 뒤 곧바로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필자와 같은 20대라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고 안타까웠다.11월 3일 기준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 어제까지 내 곁에 있던 친구가, 들뜬 얼굴로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나간 자식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막말을 쏟으며 사안의 핵심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틀간 연락
몇 년 전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메달리스트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건물주가 되는 것입니다.” 이 사례보다 한국사회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인터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건물주가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서울대에 갈 수 없듯이, 모두가 공무원이, 교사가 될 수 없듯이 모두가 건물주가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다.나는 부산대 앞에서 10년간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다. 배제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모이는 소통의 장소, 배움의 장소, 놀이의 장소를 만들
지난 2년여간, 우리는 모든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한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등교와 출근과 같은 당연한 일상에도 불편함을 겪었고, 집안에 꼼짝없이 머무르며 본의 아니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젊은 세대, 특히, SNS를 즐기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각종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댄스 챌린지, 달고나 커피 챌린지 등 혼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문화가 생겨났다. 놀이라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에게는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