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역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탐지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지 백 년이 지나서야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중력파가 관측된 것이다.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은 건 1915년이었다. 한해 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유도한 중력 방정식을 이용하여 중력파가 존재함을 예측했지만, 중력파의 세기가 워낙 약해 중력파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물리학자들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안중근 의사가 뤼순 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옥중에서 남긴 붓글씨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이 짧고도 굵은 문장은 독립군과 광복군을 뿌리로 둔 국군에게 상징성이 크다. 6.25전쟁 당시 조국에 헌신한 선배들을 부대의 자랑으로 여기고 정진하는 부대도 허다하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곳곳의 부대에서 조명받지 못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를 기리고 있다. 국군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온 와중에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의 정신은 그만큼 의미가 깊은 것이다.
대략 138억 년 전, 빅뱅과 함께 공간과 시간이 생겨났다. 그 공간을 우주라고 부른다. 오늘날 핵물리학자들은 우주가 생겨난 지 대략 0.000000001초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연구한다. 그러려면 오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그 타임머신이 세상에서 가장 큰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다. LHC는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다. 지하 100여 미터 아래에 설치된 원형 고리 모양의 터널은 둘레가 27km나 될 만큼 웅장하다. 그 터널 속에 놓인 가속관에서는 양성자나
필자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중서를 여러 권 썼다. 등이 그것인데, 그런 일련의 작업을 눈여겨본 출판사 우리학교의 요청으로 2020년에 청소년 대상 경제서 를 출간했다. 두 명의 등장인물이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편에 서서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이 ‘그래서 작가님은 어느 쪽 편인가요? 책만 읽어서는 모르겠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불편부당하게 썼다.
(2023)가 흥행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이념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영화와 현실, 1950년대 미국과 2020년대 한국이라는 시공간의 벽을 넘어서 반공주의 논쟁이라는 닮은꼴이 중첩되고 있는 걸 보고 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는 지난 2022년, 마침내 모든 혐의를 벗고 공식적으로 복권되었다. 진보적 인사들을 스파이 혐의가 있는 국가반역자로 몰아간 매카시즘의 광풍은 애국자로 찬양받던 과학자의 사회적 생명을 끊어놓았지만, 적어도 미국 사회에서는 지난 역사의 불행과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과 청산이 있었던
필자는 지난 9월 4일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된 부산 교사 추모 집회 현장을 찾았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주차장에는 서초구 초등교사의 추모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본래 집회 주최 측에서 신고한 인원은 1,000명이었지만, 집회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신고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2,000여 명의 ‘검은 점’이 모였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49재였던 그날은 한 학부모의 제안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붙여졌다. 슬픔에 빠진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를
극한 폭염이 잠잠해지고 가을이 왔다. 매년 가을을 맞이할 때면 곱씹는 문장이 있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국내 최고령 의사로 꼽히던 한원주 원장이 세상과 작고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세 마디란다. 이 짧막한 문장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힘내’라는 말과 ‘가을이다’라는 말의 조화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달려온 올 한 해도 이제 하반기에 접어들었으니, 우릴 괴롭혔던 일들을 털어낼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준다. 동시에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하반기를 새로이 준비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가을을 앞두고 이 말
필자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아니, 이제는 좋아‘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동갑내기, 그리고 엄마뻘 노동자가 그들의 일터에서 집으로 영원히 퇴근하지 못했다.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아이스크림을 머금을 때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죄책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일터에선 지금껏 수많은 이들이 죽어왔고,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과 빵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달콤함을 음미하는 것에 대해 고찰을 해본
오정석의 ‘여름날’(2019)과 전지희의 ‘국도극장’(2018)은 연출에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지만, 서울에서 살다 돌아온 지방청년을 주인공으로 삼는 ‘귀향’의 서사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먼저 ‘여름날’의 전략은 침묵과 관조이다. 주인공 승희의 얼굴마저도 제대로 비추지 않는 영화의 카메라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가면서 인물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을 프레임에 담는다. 경제를 지탱해 오던 기반 산업은 붕괴해가고, 젊은 층 인구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활력을 잃은 지역의 현실. 인물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핑계이자 구실일 뿐인,
물리학이란 무엇일까? 영어로는 피직스(Physics)라고 부르는 물리학의 어원은 헬라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헬라어 또는 고대 그리스어로 물리학은 피지케(φυσική)라는 단어에서 왔다. 그 뜻은 '자연의 지식'이다. 그러니까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담고 있는 뜻은 중국 남송 시대의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에서 언급한 유교용어 격물치지(格物致知)와 맞닿아있다. 풀어서 말하면 '사물의 이치를 궁극까지 파헤쳐 지식을 극진한 데 이르도록 하는 것'이 물리학의 원래 뜻이다. 그러면 오늘날 물리학은 무엇을 연구할까? 물리학
허위정보 즉 가짜뉴스가 대학생만 피해갈까요. 천만에요. 얼마 전 저명한 교수 한 분이 소셜미디어에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이미지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인데요. 마치 담임 선생님 손글씨처럼 보이는 것이었죠. 여기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조작된 이미지입니다. 지난 대선 때 등장했다가 이른바 가짜뉴스로 판명 난 것이죠. 그런데도 교수님은 기본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습니다. 가짜라는 댓글이 달렸고, 곧바로 글은 삭제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우리 대학과 부산교대(교대)가 통합을 위한 첫걸음을 떼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2021년 4월 양해각서(MOU)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후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당시 MOU는 지지부진하던 논의의 진전이라며 상징성이 강조됐지만 실질적인 학내 구성원은 무관심했다. 우리 대학이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나 형태를 거의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대 역시 MOU를 체결한 당일에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의 분노와 반발이 극심했다. 두 대학의 통합이란 막중한 사안이 학내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그로
지난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2023 부산대학교 대동제가 막을 내렸다.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동제가 효원인들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필자는 대동제를 취재하며 우리 대학이 ‘대동(大同)’한 순간을 3일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4년 만에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규제가 해제된 만큼 효원인들은 서로 교류하고 화합하며 축제를 만끽했다. 필자는 축제를 즐기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소감을 묻기 바빴지만, 함께 어울리며 취재에 거리낌 없이 응하는 학우들의 모습에서 대학 축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모두가 함께
최근 빌라왕, 건축왕, 오피스텔왕 등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거나 가로채어 임차인에 고통을 주는 각종 사기 행각과 임차인의 대규모 피해 사례가 연일 새로 등장하고 있다. 전세가 급락으로 인한 역전세 물건과 임대인의 경제력 상실로 단순 보증금 미반환 사례도 늘고 있어 당분간 전세 계약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정부는 전세피해 대책을 발표하고 22년 9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지자체가 전세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운영하여 법률 상담과 긴급 주거, 금융, 심리 등 각
2021년 리저렉션편까지 만들어진 영화 ‘매트릭스’(1999년 개봉) 1편에서 주인공 네오는 행복한 가상 현실을 유지하게 해주는 ‘파란 약’과 고통스럽지만 진짜 현실을 직면하는 ‘빨간 약’ 중 후자를 선택합니다. ‘빨간 약’을 먹은 네오는 자신이 그동안 기계에 의해 사육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길에 나서게 됩니다.비장애인으로 43년, 기자로 16년간 살았던 제가 비자발적으로 ‘빨간 약’을 먹게 된 순간은 2020년 여름이었습니다. 2015년 처음 혈액암이 발병한 이후 두 번의 재발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4년 만에 회사에 복귀
“제곱해서 마이너스가 되는 수가 있어요”라고 한 수학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제곱하면 무조건 양이 되는게 수학의 상식 아닌가?”라고 하며 의아해했다. 수학자는 어떻게든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군요, 그럼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수로 정의합시다”.상상의 수를 우리는 실수와 대비해서 허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정의에 살짝 유감이 생긴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상상하면 생기는 수를 상상의 수라고 하지 않고 허수라고 부르는 것은 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학을 허황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처음으로 ‘실제 행동’ 단계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했으며, 2005년 공공기관 1차 이전 당시 지정했던 ‘수도권 잔류기관’에서도 제외했다. 당초 산은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었을 정도로 큰 이슈였지만, 찬반 논쟁에 휘말려 실행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고시를 통해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지으며 적어도 거스를 수 없는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지역 언론과 시민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으레 첫 출발을 하려면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이 함께한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필자는 교원의 꿈을 품고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여느 직장인들이 그렇지만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행히 동료들의 배려와 유연근무제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십수 년 전, 대학을 졸업했기에 격세지감도 있지만, 당시 학업과 동시에 학군단, 학생회 활동을 병행했기에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이 남아있다. 과거 책과 노트를 곧잘 들고다니던 학생들 손에는 이제 노트북이나 테이블릿이 들려있고, 교수님은 전자
꿀벌의 멸종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은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 새로운 시각으로 꿀벌의 운명을 예감한 루돌프 슈타이너가 있었다. 슈타이너 박사에게 꿀벌은 벌 군집의 몸이고 여왕벌은 그 몸의 영혼이었다. 공동체를 먹여 살리고 방어하는 꿀벌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영혼이 여왕벌이므로, 꿀벌 군집은 한 몸이고 한 영혼인 것이다. 그는 꿀벌의 멸종 위기 원인을 주류 과학자들과 다르게 보았다.꿀벌은 인류 식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작물의 약 70%를 수정한다.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시대에 비해 꿀벌이 1/4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한 지역의
기후위기가 심각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1980년대부터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와 '기후 변화(climate change)'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와서야 ‘기후 변화’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기후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2018년 10월 8일 인천 송도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제48차 총회가 진행되었고, 이 자리에서 「지구 온난화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