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배경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는 미래 사회다. 죽어가는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브랜드 박사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를 한 편 읽어준다.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필자는 지난 2월부터 ‘기후
‘나라의 흥망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에 달렸다.’( 中)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재위 기간 줄곧 강조한 메시지를 후손들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나라가 흥하기 위해선 언로(言路)를 열고 누구나 간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왕 중심제인 조선에서도 자유롭게 말할 권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국가의 최고 법으로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국민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보호받고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지난 2월 16일 카이스트(KAIST)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입학을 앞둔 2022년 겨울, 나는 부산대학교 언론사가 진행하는 교육을 청강하는 기회를 우연히 얻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신문과 방송에 관심이 많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터라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매회 전현직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교육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동시에 새로웠다. 마치 다른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그렇게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문창회관을 오간 경험은 나를 부산대언론사 수습기자의 길로 이끌었다. 지원서를 제출하는 버튼엔 망설임이 없었다. 면접을 거쳐 수습기자로 합격해 편집국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지난겨울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는 결국 ‘유치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간 필자를 포함한 소속 학생기자들에게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여러 질문이 들어왔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부산 ‘미래 세대’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거였다. 곧 사회로의 진출을 앞둔 우리는 대부분 엑스포 유치를 통해 소멸하는 부산에서 청년들이 나아갈 수 있는 입지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엑스포가 창출할 여러 효과로 부산에서 터를 잡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엑스포가 유치되면
지난해 이맘때쯤 제55대 총학생회 Shall:We가 당선되며, 1년간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던 총학생회 체제가 막을 내렸다. 본지는 새로 들어선 Shall:We가 대학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내건 ‘소통홍보국 신설’ 등의 공약에 자연스레 주목했다. 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던 시절, 총학생회와 소통을 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지난 1년 내내 Shall:We와의 소통은 삐걱거림의 연속이었다.당초 언론과의 대응을 맹점으로 신설된 소통홍보국 내 언론대응팀은 총학생회와 학내 언론의 가교 역할을
2년째 대학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가장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슈는 ‘공영방송의 위기’다. 현 정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 기조를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인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안을 강행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요즘 공영방송 채널에 관심도 없고 TV도 잘 보지 않는데 왜 의무적으로 내야하느냐’고 말한다. 공영방송의 주요 경쟁자인 민영 언론들은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일컬어지는 영국 BBC도 수신료 폐지를 검토한다며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BBC가
극한 폭염이 잠잠해지고 가을이 왔다. 매년 가을을 맞이할 때면 곱씹는 문장이 있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국내 최고령 의사로 꼽히던 한원주 원장이 세상과 작고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세 마디란다. 이 짧막한 문장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힘내’라는 말과 ‘가을이다’라는 말의 조화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달려온 올 한 해도 이제 하반기에 접어들었으니, 우릴 괴롭혔던 일들을 털어낼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준다. 동시에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하반기를 새로이 준비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가을을 앞두고 이 말
우리 대학과 부산교대(교대)가 통합을 위한 첫걸음을 떼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2021년 4월 양해각서(MOU)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후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당시 MOU는 지지부진하던 논의의 진전이라며 상징성이 강조됐지만 실질적인 학내 구성원은 무관심했다. 우리 대학이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나 형태를 거의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대 역시 MOU를 체결한 당일에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의 분노와 반발이 극심했다. 두 대학의 통합이란 막중한 사안이 학내 구성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그로
솔로몬의 판결에 대해 아는가. 성서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지혜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솔로몬은 한 아이를 두고 자신의 자식이라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다.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는 명령으로 모성애를 확인한 그의 명철은 흠잡을 곳이 없어 모두를 승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해법(解法)’이 나왔다고 한다.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안’이 과연 해법(解法)인지 의문이다. 제3자 변제는 일본 가해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국내 기업이 대신
지난 한 해간 우리는 죽은 대학 언론을 소생하기 위해 사명을 다했다. 분리된 세 매체를 합치고 구시대적 잔재를 지우고자 몸부림쳤다. 생존을 위해 과감히 선택한 새 이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많은 수습기자가 들어왔고 이전만큼 인력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기자들은 학내 유일무이 언론 기구라는 명명 아래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듯 학교 곳곳을 속속들이 파고들었다.보도하지 않으면 어물쩍 넘어갈 일이었다. 실제로 취재의 필요에 공감치 못해 언론이라는 명칭에 지레 겁먹거나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았다. 우리 대학의 치부를 캐내는 것처럼
또 다른 겨울이다. 부산대학교 언론사의 재기를 기대하며 모였던 그 겨울로 되돌아올 때까지 나는 일 년간 ‘효원헤럴드’ 편집국장의 자리에서 내일을 준비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홈페이지 리뉴얼부터 SNS, 내부규정 등 어디 한 군데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조금은 막막했던 때도 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통합’이라는 목표는 손에 닿을 듯 말 듯 멀기만 했다. 혼란스럽던 초반에는 잡음도 있었다.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는 서로를 볼 수 없었고, 같이 일해본 적 없는 기자들이 ‘함께’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
최근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다. 핼러윈을 맞이해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모이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하루 뒤 곧바로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필자와 같은 20대라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고 안타까웠다.11월 3일 기준 156명이 숨지고 187명이 다쳤다. 어제까지 내 곁에 있던 친구가, 들뜬 얼굴로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나간 자식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막말을 쏟으며 사안의 핵심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틀간 연락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방송 제작자가 되고, 유튜브 계정만 있다면 방송 송출자가 될 수 있다. 학교를 오가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캠퍼스 곳곳에서 개인 TV와 다를 바 없는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TV, OTT 등을 통해 다양한 영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 3월 부대방송국PUBS, 부대신문, 효원헤럴드가 ‘채널PNU’라는 이름으로 통합 출범하면서 내건 방향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상 강화’였다. 영상의 시대에, 글과 이미지보다 영상 콘텐츠가 더 익숙한 우리
요즘 같은 시대에 학보사를 왜 하냔다. 맞다.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다. 1·2학년은 교내 활동과 대외 서포터즈에, 3·4학년은 학점 관리와 인턴 지원에 온 신경을 쏟는다.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취업을 위한 스펙에 도움이 되느냐다. 적은 노력으로 스펙 한 줄을 채울 수 있는 '가성비' 활동을 찾느라 저마다 열심이다. 학보사는 △취업에 큰 도움이 되는가 △스펙으로 차별성이 있는가 △적은 시간이 드는가 중 어떤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매주 기사를 내기 위해 △아이템 발제 △취재 △구성 회의 △데스킹 등 수많은 일과를 수업과 병행하기
오는 7월 1일부터 2평 이하, 창문 없는 고시원을 서울에 더 이상 짓지 못하게 된다. 고시원은 값비싼 노른자 땅 위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인간이라면 최소한으로 보장받아야할 권리를 내려놓은 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했던 공간이었다. 지난 2018년 11월 9일 발생한 서울의 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4년 만에 ‘서울특별시 건축조례’ 개정안에 따라 창문이 없거나 방이 작은 고시원의 형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당시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못하고 경로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탓이
90년대생들이 최후의 보루란다. 지난해 통계청은 2018년 역사상 처음으로 1명 미만으로 떨어진 합계출생률에서 1990년대생 부모들을 출생률 반등의 희망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혼인 건수와 인구를 지켜보았을 때 2021년 이후로 출생률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거다.혼인 건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출생률도 늘어날 것이란 일부 언론들과 통계청의 낙관적인 희망론은 개인들의 집합을 단지 ‘숫자’ 그 자체로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사고다.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도 없이, 1990년대생, 즉 지금의 2030세대에게 결혼은
‘부산대학교 교정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다소 유치한 로망으로 시작한 나의 부대방송국PUBS 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지 만은 않았다.교내 구석구석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한 스피커는 배터리 문제로 내가 입학하기도 전인 2019년부터 정상적인 방송 송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학우들에게 도달하기 쉬운 콘텐츠였던 오디오 콘텐츠는 애써 만들어 놔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방송이 되어 버렸다. 나를 포함한 당시 국원들은 아무도 소비하지 ‘못’하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회의감이나 허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타기 선전전은 4호선 충무로역 하선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4호선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안내 사항이다. 이어진 문장은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사실’을 이어 붙인 문장은 찜찜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열차 운행 지연의 책임이 전부 저 시위에 있다는 듯 한 이 안내사항은 그렇지 않은 ‘진실’을 호도한다. 아마 무심코 안내사항을 읽은 시민들도 퇴근길 눈살을 찌푸렸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21년, 나는 ‘효원헤럴드’에 입사했다. 나는 당시 개강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만 알았던 예상과 달리 내내 난항이었다. 다음 호를 수습기자 5명을 포함한 총 7명이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휴간이 불가피하다는 결정에 이르렀다. 이후 수습기자 5명을 확충한 뒤에야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름 방학에는 열 명 남짓한 기자들이 수많은 연습을 거쳤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자리를 잡는 줄로만 알았다. 2학기에는 학기 중 월간으로 발간하던 신문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