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의 일이다. 한 선배가 있었다. 그는 소위 발로 뛰는 기자였다. 현장에 제 몸을 던지는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르포를 참 잘 썼다. 대학 새내기에 수습기자였던 나에게 그는 참 멋있어 보였다. 5월의 어느 날, 회식을 마치고 그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탔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그는 자조하듯 내게 물었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X 빠지게 기사 써봐야 아무도 안 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그때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두어 달 후 그 선배는 을 그만뒀다. 몇 해가 지나고 나서 그가 모두 알만
오피니언
김민관 간사
2021.11.03 17:53
-
1987년 6월 10일. 민주정의당은 제4차 전당대회를 열고 노태우 대표위원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날 오후 6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의 방침에 따라 거리의 차량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전두한 정권을 위시한 제5공화국은 붕괴했다. 비록 6·29선언의 후광효과와 양김의 분열에 힘입은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이변이 뒤따르긴 하였으나, 이로써 한 시대가 저물었음에 의문을 표하는 자는 없었다.세상이
오피니언
김민관 간사
2021.06.07 16:32
-
다음 달 1일 한 권의 책이 출간된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는 심정으로 썼다는 이 섬뜩한 책에는 이란 제목이 달렸다. 오직 예약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즉각적이며 극단적이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는 호응부터 ‘또 뭐라고 혹세무민을 하려고 하는가’, ‘하여튼 이 친구의 멘탈은 연구대상’이라는 비난까지. 저자 조국 전 장관은 이유 불문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해 죄송하다지만, 책 출간이 또 한 번의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오피니언
김민관 간사
2021.05.31 20:21
-
설마가 사람 잡는다. 오만이라 여겼던 180이라는 숫자는 현실이 되었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은 이제 책임을 말한다. 누군가는 자리를 내놓고 또 누군가는 정계를 떠난다. 패배의 멍에가 많은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운데, 승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선거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례 없는 감염병의 유행 속, 정부·여당이 힘을 합쳐 지혜롭게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유권자들의 선택은 일리가 있다. 거대한 국가적 위기 앞에 하나로 결집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특징이다.
기획
김민관 간사
2020.04.20 09:56
-
지난 2일 넉넉한 터에서 효원문화회관 임대보증금 확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효원문화회관 임차인들이 임대보증금 300억 원의 확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대학교 효원문화회관 BTO사업 임대보증금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이하 임대보증금 투쟁위)’는 지난 2일 우리 학교 넉넉한 터에서 집회를 열고 임대보증금을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와 농협은행 간의 해지시지급금 청구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임차인들의 임대보증금 보장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09년 건립된 효원문화회관은 우리 학교가 소유권을 가지고 시행사인 효원이앤씨가 30년
커버스토리
김민관 대학부장
2016.12.05 02:02
-
-
-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가 이겼다.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말들을 쏟아내고도 당당하게 승리했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짜놓은 견제와 균형의 보루마저 무너졌다. 그들은 애초에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다수의 독재’를 우려했다. 그래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분리하고 다시 입법부를 둘로 쪼갰다.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 자제력 따위를 불신한 결과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탄생했다. 이 획기적인 시스템은 미국 민주주의, 나아가 민주주의 자체를 수호하는 기둥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무력화됐다. 공화당은 백악관은
오피니언
김민관 대학부장
2016.11.14 04:58
-
-
-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다’. 제19대 국회 정의화 전 의장은 자신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7년,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바탕으로 개정된 현행 헌법은 ‘87년 체제’라는 이름 아래 30여 년 동안 한국사회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87년 체제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한 번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주장은 어떤 이유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전환은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게 될까. 실패를 거듭해온
기획
김민관 대학부장
2016.10.03 12:55
-
-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 학교에서 7명의 교원이 연구윤리 위반으로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0개 4년제 대학에서 총 210명의 교원이 연구윤리 위반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등 7개 대학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상지대학교로 32명이었다. △서울대학교 13명 △경희대학교 11명 △동아대학교 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위반
커버스토리
김민관 대학부장
2016.09.26 01:18
-
-
-
-
-
오는 28일부터 이 시행된다. 그러나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하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정청탁금지법은 오는 28일부터 정상 시행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법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이미 각종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제출됐거나 곧 제출될 예정이다.그
커버스토리
김민관 대학부장
2016.09.05 03:36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우원(철학) 교수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4일 부산지방법원 형사단독 3부(부장판사 윤희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최우원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작년 6월 자신의 ‘과학철학’ 강의 수강생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찾고, 대법관의 입장에서 이 같은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평가하라’는 과제를 제출하도록 해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최우원 교수는 ‘전자 개표기를 이용한 부정선거에 대해
커버스토리
김민관 대학부장
2016.08.29 02:42
-
홍콩의 악명 높은 주거난은 1차적으로 좁은 땅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거주한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올해 기준 홍콩의 인구는 약 730만 명이며 면적은 약 1,100㎢다. 인구밀도도 ㎢당 6,600명으로 꽤 높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홍콩 국토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계(新界) 일대가 아닌, 홍콩섬 북부와 구룡반도 일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지역의 인구밀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예컨대 구룡반도의 주요 주거지인 몽콕(Mong Kok)의 인구밀도는 ㎢당 130,000명을 기록해 기네스북에도 수록될 정도다.
기획
김민관 대학부장
2016.08.28 03:20